[한겨레신문]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 송상용
2011.03.28 19:23
기고]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 송상용 | |
송상용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한림대 명예교수 |
|
![]() |
|
|
||||||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한국인 4만명을 포함한 15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폭자들은 66년이 지난 오늘도 원자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원자폭탄의 개발을 건의한 아인슈타인, 맨해튼계획을 총지휘한 오펜하이머, 수소폭탄의 아버지 사하로프마저 모두 반핵으로 돌아섰다. 50년대 정상급 과학자들이 벌인 반핵운동의 목표는 대기권 핵실험의 중지였다. 방사성 낙진이 인간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폴링은 이 운동을 평가받아 1962년 평화상도 받았다.
1954년 소련이 시험 삼아 만든 원자력발전소는 영국, 미국으로 퍼져나갔고 70년대 석유위기가 오면서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의 위험 때문에 곧 거센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TMI)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는 큰 충격이었다. 다행히 사고는 재빨리 수습되었지만 오염된 지역에서 암환자와 기형아가 크게 늘어났다.
1986년, 지금은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소련 체르노빌에서 방호벽 없는 원자로가 녹아내린 사고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즉각적인 인명피해는 몇천명이었지만 방사선에 오염된 인구는 몇백만명을 넘어섰으며 유럽 전역의 농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이 충격으로 원자력발전은 오랫동안 크게 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 기후변화가 갑자기 악화하면서 원자력은 저탄소 청정에너지로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세계 흐름의 반전을 가져왔다. 독일이 원전 재가동을 취소했고, 중국이 원전 건설을 보류했다.
일본의 도카이 1호기보다 12년 늦게 1978년 고리 1호기를 가동한 한국은 21기를 운영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력의 59%를 원전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에 부풀어 있다. 그동안 한국은 원전 건설 기술을 거의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맹렬히 뛰는 원전 강국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은 곡절이 많았다. 크고 작은 사고가 적지 않았으며 방사성물질 폐기장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공해추방운동연합에서 환경운동연합으로 이어진 반핵운동도 30년 가까이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2004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현재는 독립기관)는 원자력문화재단까지 참여시켜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주제로 시민합의회의를 열었다. 덴마크에서 시작한 합의회의는 주요 사회문제에 관해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집중강의를 듣고 토론한 끝에 결론을 내리는데 합의사항은 정책에 반영된다. 그때 정부의 전력정책을 비판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합의회의의 결론은 주류 언론의 외면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정부가 무시해 성과가 없었다.
4월17일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발전 안전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이튿날 각계인사 77인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결론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기반을 둔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오랫동안 과학에 대한 맹신과 성장만이 지상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
무섭게 진행하는 기후변화와 빈발하는 자연재앙은 인간의 겸허와 반성을 강요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과학이 만능이 아님을 깨닫고 과학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 온갖 지혜를 총동원할 때 인류의 앞날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의 비극이 우리 모두의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 6
-
自硏 自然
2011.03.28 19:24
-
방사선, 방사능, 방사능물질 , 위험치, 핵폐기물, 반감기 등등등
자연님이 녹색모임 때 한번 발표해주심 어떨까요?
막연하게 아는 건 불필요한 공포심만 조장할 수도 있고
진짜 중요한 사항은 놓치기도 하고....
그러니까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번에 제 차례이지만
이걸 하시겠다면 양보할께요^ ^
-
自硏 自然
2011.03.28 23:34
해피쏭님의 발표를 놓칠 순 없죠 ^^
방사선을 얼마나 쏘이는가 하는 단위의 문제는 가령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3895633
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방사선 피폭에 대해서는
http://en.wikipedia.org/wiki/Acute_radiation_syndrome
http://ko.wikipedia.org/wiki/%ED%94%BC%ED%8F%AD
가 친절합니다.
기회가 될 때 1979년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관련된 동영상을 함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해피쏭님 말마따나 이번 4월 녹색문명공부모임에서 긴급하게 원자력 발전 문제 혹은 핵에너지 문제를 다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2008년이었던 것 같은데요(맞나? ^^;;), 대호형 결혼식 다 같이 참석했다가 서울대 안의 한 강의실에서 녹색문명공부모임을 할 때 "핵융합" 문제를 중심으로 핵에너지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죠. 백두대간님이 아주 잘 다뤄주었더랬는데요, 그 때 이후로 시간도 꽤 흘렀고, 공부모임 오는 분들의 면면도 많이 바뀌었을 뿐더러 사안이 워낙 사안인 만큼 '시의성'을 생각한다면 주제와 발표자 교체를 검토해볼 만합니다.
물론 다룬다면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원자력이 왜 위험한가? 물리학적 원리..' 강의 수준은 넘었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모임에 특별히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밝은 사람은 없어서... 어쨌거나 이번 기회에 한국이나 동아시아도 체르노빌 이후 유럽처럼 '에너지 전환' 운동이 크게 일어나고 실제로 큰 전환을 이루었으면 하지만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버리고 말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 앞이 캄캄한 와중입니다. 냄비가 금방 뜨거워졌다 금방 식어버리는 놈입니다만 온사방에서 핵문제에 비상하게 관심을 일으켜서 아예 냄비를 녹여버리기라도 했으면 하는데 그러자면 우리도 한 술 거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구제역 사태 맞아 김용란 박사 발표 때 관심 가지고 여러분 왔던 것처럼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서 관심들이 지대할 것 같은데요, 자연 자연님 의향이 어떠신지... 요사이 강의에서도 이 문제 안 다룰 수가 없어서 자료들 수집 많이 하고 있지 않나요?
-
해피쏭
2011.03.30 13:14
제말이 그말이었어요! !
오늘 4월발표공지를 올리려고 했는데
조금 기다려봐야겠네요.
저는 이번에 이 주제를 꼭 다루면
좋겠다 싶은데요.
회원 중 한 분이 맡든, 외부에서 섭외를 하든
더 전문가스러운 사람이 하는 것이 좋겠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그것이 어렵다면
동영상도 보고
각자 조금씩 나누어서
준비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
自硏 自然
2011.03.30 15:12
혹 함께 볼만한 파워포인트 파일을 올려 둡니다. 파워포인트 파일의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teacherweb.com/FL/StonemanDouglasHS/RPeskin/Chapter-17-15-new-Part-2.ppt
http://academic.evergreen.edu/g/grossmaz/Nuclear378.ppt
송상용 선생님께서 한겨레신문에 기고하신 글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입니다. 최근 후쿠시마 사태에 대해 균형감 있는 통찰이 돋보입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원문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99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