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선생님, 무한소의 수학적 개념 부탁드립니다.
2015.07.12 08:16
김재영 선생님,
무한소의 수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미분에 있어서 시그마 델타의 정의는 대강 이해가 될 듯 하나 하여간 그 근저에는 무한소 개념과 수렴 개념이 바탕 아닌가요? 이 경우 수렴 개념은 정의 혹은 공리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것도 수학적 직관에서 유래했다고 보면 되나요? 이러한 순간 변화율의 개념이 기계론적 세계에 있어서 미래의 예측 가능성 아닌가요? 선생님 미적분의 철학적 이해를 돕는 자료도 있을까요?
그리고 더불어 엔트로피 개념응 수학적 언어로 근본적으로 이해했으면 합니다. 관련 자료와 기본 지침을 부탁드립니다. 어제 장회익 선생님의 지적대로 제가 아직 엔트로피 개념을 완전히 소화 못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수학적 언어, 철학적 언어 그리고 삶의 언어로 엔트로피 개념을 완전히 소화하고 싶슴니다. 부탁드립니다.
요사이 수학적 언어에 좀 더 친숙하려 합니다.
이모작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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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5.07.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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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5.07.26 21:33
극한에 대한 (엡실론, 델타) 정의를 조금 쉽게 풀어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http://mathworld.wolfram.com/Epsilon-DeltaDefinition.html
https://en.wikipedia.org/wiki/%28%CE%B5,_%CE%B4%29-definition_of_limit
먼저 x가 점점 c로 가까이 접근함에 따라, x의 함수 f(x)가 L에 가까이 다다가는 것을 수학적 극한이라 합니다.
-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x가 점점 c로 가까이 접근한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흔히 이것을
- x와 c 사이의 거리가 아주 작은 양(무한소)가 될 때, f(x)와 L 사이의 거리도 아주 작다는 식으로 대충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결국 어느 대목에서 무한소 개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죠. 처음 수학적 극한 개념을 배울 때에는 이 낯선 개념을 그냥 외우다시피 해야 합니다. 무한소는 0은 아니면서도 사실상 0인 어떤 이상한 양입니다.
무한소 개념을 쓰지 않는 바이어슈트라스의 새로운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일 f(x)와 L 사이의 거리가 어떤 양수 엡실론(error의 e를 따와서 그리스어의 다섯 번째 알파벳 ε으로 표기한 것입니다.)보다 작다면, 언제나 x와 c 사이의 거리가 양수 델타(distance의 d를 따와서 그리스어의 네 번째 알파벳 δ로 표기한 것)보다 작게 되는 그런 델타가 항상 존재한다."
- 엄밀하게 말하면 위에 설명한 것은 약간 틀린 설명입니다. 그래도 대체로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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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5.07.26 21:51
질문하신 것에 대한 제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분에 있어서 시그마 델타의 정의는 대강 이해가 될 듯 하나 하여간 그 근저에는 무한소 개념과 수렴 개념이 바탕 아닌가요?
==> '시그마 델타의 정의'는 아마 엡실론-델타 정의의 오타이리라 생각됩니다. 이 정의 자체가 무한소 개념을 도입하지 않고도 극한이나 연속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고, 정의 자체에서는 엡실론이든 델타든 무한히 작다는 의미는 없습니다. 단지 임의의 양수 엡실론에 대해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양수 델타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2) 이 경우 수렴 개념은 정의 혹은 공리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것도 수학적 직관에서 유래했다고 보면 되나요?
==> 수렴이나 극한이나 연속은 모두 '공리'는 아니고 다 '정의'에 해당합니다. 수학 이론의 모든 정의가 기원을 따져보면 틀림없이 모종의 수학적 직관에서 나왔을 것 같긴 하지만, 그것이 정말 그렇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소위 수학철학(philosophy of mathematics)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그 안에서는 수학의 정의가 직관의 결과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오랫동안 논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여기에는 논리주의, 직관주의, 형식주의의 3대 대립으로 되어 있습니다. 러셀-화이트헤드의 <수학의 원리>는 대표적으로 수학을 논리학으로 환원시키려는 노력이었고, 가령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때문에 일종의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고 말았습니다. 브루어 등이 주축이 된 직관주의는 수학의 정의나 증명이나 정리를 직관의 결과로 보고자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관과는 거리가 먼 수학의 정의나 증명이나 정리에 더 주목했습니다. 1930년대 이후의 주된 흐름이라 할 수 있는 형식주의는 공리나 정의를 단지 수학적 논의를 위한 출발점 내지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수학도 결국 특정의 공리나 정의를 일단 받아들인 뒤 그로부터 수학적 증명이나 추론을 통해 정리 또는 증명을 끌어내는 학문으로 여겨집니다. 이것을 가장 화려하게 완성(?)한 것이 '부르바키'입니다.
요즘은 다시 '부르바키'나 형식주의도 도전을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3) 이러한 순간 변화율의 개념이 기계론적 세계에 있어서 미래의 예측 가능성 아닌가요?
==> 순간변화율의 개념이 예측가능성이나 기계론적 세계관이나 결정론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순간변화율의 개념 자체는 그 뒤의 어떤 해석이나 철학적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는 표준적인 수학적 개념입니다. 그리고 순간변화율 개념 자체에는 예측가능성이나 결정론 같은 철학적 함축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선생님 미적분의 철학적 이해를 돕는 자료도 있을까요?
==> 제가 말씀드린 엡실론-델타 정의 등은 철학과는 무관한(적어도 독립적인) 미적분학(해석학)의 기본적 이해라 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철학적 해석이나 철학적 이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해석학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부적절한 무한소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수렴, 극한, 연속, 미분 등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리만 적분과 달리 르벡 적분으로 가면 무한소 개념 자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긴 해도 가령 해석학의 아주 오래된 고전이 Rudin의 책만 해도 무한소나 무한대 개념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아무래도 엡실론-델타로 가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주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수학철학에 대한 소개로 스탠퍼트 철학백과사전이 유용합니다.
http://plato.stanford.edu/entries/philosophy-mathematics/
Logicism, Intuitionism, and Formalism: What Has Become of Them?
Editors: Lindström, S., Palmgren, E., Segerberg, K., Stoltenberg-Hansen, V. (2009). Springer.
http://www.springer.com/us/book/9781402089251The three crises in mathematics: Logicism, Intuitionism and Formalism (Ernst Snapper)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이 바로 이 '무한'과 '미분'의 개념입니다. 1장에서는 헤겔의 나쁜 무한과 라이프니츠의 무한소 개념을 가지고 변화의 문제를 상세하게 다룹니다. 4장은 더 본격적으로 미분과 적분에 관련되는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더 쉽고 흥미로운 책으로 이진경, <수학의 몽상>도 추천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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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
2015.07.27 16:31
자연님,
언제나 고맙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답글은 또하나의 엄청난 도전이긴 하지만..... 하여간 요사이 지적 충격을 연속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로 밤을 새고 싶습니다. 숙독하고 재 질문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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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5.07.27 20:26
이모작님, 죄송합니다. 제가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 정말 부족합니다. 그나마 20대때부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강의 경험을 쌓아왔길래 이 정도라도 된 것인데, 요즘 스스로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복잡하고 정교한 이야기를 쉽고 명료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거의 키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단지 제 자신이 처음 엡실론-델타 정의의 놀라움을 맛보았던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저는 좀 지진아였기 때문에 2학년이 되어서야 난생 처음으로 수렴, 극한, 연속, 미분 가능 등을 엡실론-델타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땐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문제는 풀 수 있었지만 그 의미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엡실론-델타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음미하게 된 것은 박사과정에서 고급수리물리학이란 수업을 들을 무렵이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엡실론이나 델타가 아주 작은 양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돌이켜 보면 학부 2학년 때 해석학 수업을 들을 때에도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수리물리학을 들을 때에도 그 얘기는 여러 차례 반복되었지만, 엡실론이나 델타는 대체로 좀 작은 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라이프니츠-베르크손-들뢰즈의 계보에서 엡실론-델타 정의의 의미를 곱씹는 것도 한 편의 중요한 논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제가 관여하고 있는 것과 연결시킨다면 시간의 개념을 바로 그렇게 연결시키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제논의 역설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모작님의 질문이 크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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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
2015.08.01 10:57
자연님
아닙니다. 문제되는것은 저의 이해력이 입니다. 곧 질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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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5.08.02 14:09
미분 또는 적분의 개념과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 측도 이론(measure theory)입니다.
(http://ee.usc.edu/stochastic-nets/docs/probability-axioms-sigma-algebras.pdf )
특히 시그마-대수와 관련한 정의가 여러 모로 재미있습니다. 비교적 쉬운 강의(유튜브)를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Measure Theory for Applied Research
https://youtu.be/NMAK10PyRDE?list=PLNdUU95R1g-auA-u8_uQdvEtLImkj0Y4H
Class.1: Functions https://youtu.be/Dwy4XTUOW5E
Class.2: Sigma Algebras & Measurable Spaces https://youtu.be/9HoSlJgRh3A
Class.3: Measures & Measure Spaces https://youtu.be/wPRue3K_wHc
Class.4: Measurable Functions https://youtu.be/JoL0b6Az2CY
Class.5: Probability Space part 1 https://youtu.be/-0ak0HCHkuQ
Class.6: Conditional Probability & Independence https://youtu.be/w-yfhvs9db0
Class.7: Product & Coordinate Spaces https://youtu.be/dlRcs0fBSj4
Class.8: What is an Observation? & Clustered Sampling https://youtu.be/DvAz9mjlN2E
Class.9: Random Variables https://youtu.be/ej2TbezD28s -
이모작
2015.08.04 09:46
조금 보았는데 재미가 있네요. 공부하고 질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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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5.08.04 10:10
제가 질문에 잘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공부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측도이론은 여러 모로 아름다운 이론인 것 같습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확률에 대해 가장 세련된 접근이 된다는 점에서 함께 이야기해 보기에 적절한 주제라 생각됩니다.
뉴턴이 스승인 아이작 배로우에게서 배워 미분 개념을 제안할 때 사용한 개념이 '유율'(fluxion)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아주 미세한 양이란 뜻입니다. 이 개념이 발전하여 소위 무한소(infinitesimal) 개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논의 역설을 비롯하여 무한소라는 개념은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많아서 19세기에 이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표준적인 이야기로는 무한소라는 개념을 넘어 수학적 극한이나 연속이나 미분가능의 개념을 정립한 것이 바로 프랑스의 수학자 오귀스탱-루이 코시와 독일의 수학자 카를 바이어슈트라스이고, 여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소위 '엡실론-델타'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ε,_δ)-definition_of_limit
다만 수학사를 더 상세히 파고든다면 오귀스탱-루이 코시는 여전히 무한소 개념이나 운동학적 개념(순간속도)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표준적 서술에서는 엡실론이나 델타가 딱히 작은 양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무한소 개념을 전혀 도입하지 않고 수학적 극한이나 연속 개념 등을 정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엡실론, 델타) 정의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엡실론, 델타) 정의의 선구자는 코시가 아니라 바이어슈트라스입니다.
Judith V. Grabiner, Who Gave You the Epsilon? Cauchy and the Origins of Rigorous Calculus
The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 March 1983, Volume 90, Number 3, pp. 185–194.
http://www.mr-ideahamster.com/classes/assets/a_evepsilon.pdf
http://arxiv.org/pdf/1202.4153.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