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공부모임_제목: 녹색아카데미와 그 도덕성
이번 달 녹색아카데미 모임에서 발표하게 된 최보현입니다.
오래 전부터 꼭 한번 다뤄보고 싶었는데, 이제 그 기회를 갖게 되었네요.
저는 이번 발표에서 '녹색아카데미' 자체를 화제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현대 철학의 담론 중의 하나인 '개인과 사회'라는 측면에서, 우리 '모임'이 갖는 '의미'에 저는 늘 깊은 주의를 두고있습니다.
특히 도대체 어떤 동력이 공동체나 집단들에 기능성을 갖게하고, 또 구체적으로 그 기능이 어떻게 의미화되는지,
그 과정에도 신비한 점들을 느껴왔고 관심갖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라는 다소 혁신적인(제게있어서^^) 학자가 말하는,
'도덕성'에 대한 역사적 관점이, 특히 '공동체와 모임'에 대한 새로운 혜안을 열어주었습니다.
그의 논지에 의하면, 모임, 공동체, 집단, 사회 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은 하나의 의미를 양산해내는데,
그 의미는 도덕적 판단들의 중추적 기반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이 부분에서 녹색아카데미라는 모임이 어떻게 우리 구성원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지,
다소 심리적인 추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의 성격과 의미는 무엇인지 최대한의 객관적 결과물을
끌어내보고 싶었습니다.
만일 이 과정을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면! 항해에 정신이 팔린 뱃사람들이, '항해'자체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하게되는 신선한 자리가 아닐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것을 통해 '항해'안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항해'가 무엇인지 아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기본적인 원고를 아래에 첨부해 놓았으니, 참고하시고 모임시에는 질문거리와 의문점을 가득 가져오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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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1.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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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11.03.02 10:43
ㅋ 박인구가 누군가 했습니다. ^^
근데 ... 공고가 조금 더 상세했으면 좋겠습니다. 준비해 가지고 갈 것은 없나요?
녹색아카데미 자체를 화제로 삼자는 아이디어는 아주 참신해 보입니다. 사실 모임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반성 없이 모임 자체에만 골몰하다 보면 초심을 잊어버리기 십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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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기발한 아이디라고 생각.. ㅋㅋ 필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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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1.03.02 20:45
히딩크를 우리나라 이름으로 희동구로 네티즌들이 바꾼적이 있잖아요..ㅋㅋ bavinck 바빙크라는 네덜란드 학자가 있는데, 그사람을 박인구라고 제가 바꿔서 아이디로 10년째 쓰고있습니당...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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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11.03.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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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1.03.03 18:31
ㅋㅋ 제가 청소년기때부터 가장 닮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존경하는 세사람중에 한명이기도 하고요.. 1. 빌헬름 딜타이 2. 칼폴라니 3. 헤르만 바빙크..
그래서 제 호가 혜만이고요.. 필명이 박인구예요..ㅋㅋ
Herman Bavinck = >헤르만 바빙크 => 혜만 박인구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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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 무척 재밋는 이름인데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석호필이라고 있었는데 ....
박인구님같은 사람이 이 이름도 지었구나 !
근데 존경하는 사람 중에 제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군요.
흠---;;
아직 글 보지는 않았지만 ...
굉장히 재미있겠는데요.
계속 준비 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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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해설을 듣고 보니 이름 너무 멋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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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 브라헤.... 박라혜 라고 할까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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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1.03.04 13:56
모두분들이 발표에는 관심이없으시고 제 아이디에만 관심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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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임 못오신 여러 분들은 후회하도록 하시어요. ㅋㅋㅋ 못오신 분들은 박인구님 게시글에 달린 첨부파일을 보셔도 될테지만, 발표가 훨씬 극적이었습니다.
저는 발표를 들으면서 꽤 찔리기도 했는데, 우리 모임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실제로 구체적인 '일'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잖아요. 매달 모임 갈 때도 그렇고 갔다와서도 그렇고 저는 꽤 소극적인 기분이 들거든요. 나는 뭔가, 나는 뭐 했나, 나는 뭐 잘 할 줄 아나.. 등등 곱씹어지면서 기분이 촥 가라앉는 거죠. 어쩌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나도 뭔가 의미있는 일을 잘 해내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마음이 한 군데 집중이 안되는 거에요. 제가 그렇다는 건지, 녹색아카데미가 그렇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누구 말마따나 나한테 꽂히는 걸 해야하는데, 어디다 꽂을까 계속 계산하고 잰다고나 할까. 그런 게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잰다는 게 결국은 제일 좋고 멋진 걸 고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의 에너지와 알량한 능력을 아무데나 바치고 싶지는 않다는 우월의식이랄까 그런 것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직은 발현되지 않았지만, 나는 대단한 존재(일 거)라는 유아적인 자기 인식이라고나 할까.
제 경우에는 뭔가 정하고 갈 필요가 있다고 늘 생각합니다. 곧 말이죠. 더 이상은 미루지 못하겠다는 생각. 그게, '큰 거 한 건 해야지'라거나 '뭐가 돼야지'라거나, '뭘 잘 해야지'같은 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의식적으로 되새기지 않으면, 마음이 자꾸만 그렇게 흘러가게 되더라구요. 뭔가 돼야지, 뭔가 잘 해야지 이런 식으로.
그리고, 저를 위한 일과 남을 위한 일을 결합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만을 위한 일도, 남만을 위한 일도 지속력이 떨어질 것 같거든요. 나만을 위해 일을 하다보면 허무하고, 남만을 위해 일 하다보면 지치게 될 것 같거든요. 나한테 재미 있으면서 남에게도 득이 되고 좋은 그런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한테도 좋으면 더 좋겠죠. ㅋㅋ 말하고보니 꽤 이상적이네요. 뭐 그래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 많이 있잖아요?!!
녹색아카데미는 공부하는 곳이고, 토론에서 나왔듯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답을 정해놓고 달릴 수 없으니까요. 머리 박고 달려지지가 않는 거죠. 자꾸 고개가 들어진다고나 할까, 어디로 가나, 잘 가나, 왜 가나.. 이런 거 고민하면서.
쩝, 게시판 댓글에 이런 걸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우리 너무 자화자찬만 하고 반성은 별로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습니다. ^^
아, 박인구님, 아이디 바꾸십셔. '사기꾼 최과장'으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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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눈사람님 글을 읽다가,
"자꾸 고개가 들어진다고나 할까" 에서 갑작 유원지 "두더지" 게임기가 생각났어요
머리 내민 두더지를 망치로 때리는 거...
ㅎㅎ 우리는 머리를 내밀어 고민하는데,
뭔가 계속 망치로 때려 숨게 만드는거.
사기꾼 최과장에 한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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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2011.03.14 09:40
발표가 아주 좋았나봐요. ^^
사기꾼 최과장... ㅋㅋ 표정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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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 쓰나미 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사람들한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본 소설과 영화 몇 편 본 걸로 일본 사람들에 대해 결론 내려버린 거죠. 경계하고, 조용하고,
단정하고 어쩌고저쩌고 비교적 안좋게 평하고 다녔는데요, 지진과 쯔나미 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기도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신문 꼼꼼히 읽다보니, 그야말로 가슴이 먹먹하네요.
하지만 원전은 정말 걱정되네요. 판이 네 개나 만난다는 나라에서 원전을 그렇게 많이 지었다는 게 이해가 안갑니다.
과학을 너무 믿어서일까요, 무시해서 일까요. 무섭습니다...
(제가 쓴 댓글을 아침에 다시 읽어보니, 결국은 자기변명밖에 안되는구나 싶네요.. 지울 수도 없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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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1.03.14 15:38
지난 토요일 모임은 참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사람님의 얘기처럼 더 근원적인 자기비판의 목소리는 작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번에 가장 흥미로운 일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발견(내지 재발견)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José_Ortega_y_Gasset )
오르테가의 철학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구 "나는 나와 내 주변이다."("Yo soy yo y mi circunstancia")라는 말이 온생명론과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있긴 한데, 다시 살펴보니 정말 온생명론에서 아주 중요한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몇년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오고 있는 야콥 폰윅스퀼의 잔향이 오르테가 이 가세트에도 남아 있음을 발견하는 일도 즐겁습니다.
녹색아카데미와 그 도덕성이라는 주제도 그러하지만, 저로서는 당장 온생명론 작은 토론회에서의 좋은 주제를 잡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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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벌써 글을 많이 남기셨네요.
저도 지금 후기를 쓸라고 들어온 참이거든요.
후기라면 금요일 온생명공부모임하고
다음날 녹색문명공부모임 두 개를 써야 하는데
녹색문명공부모임을 먼저 쓸 거예요
저는 뭐 한마디로
굉장히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엄청나게 사변적인 글을 읽었는데
이토록 유쾌한 기분이 들다니……..
박인구님의 타고난 재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발표의 내용은
녹색아카데미가 보여주는 활동은
비판의식이 살아있는 화제를 가지고
별 결론없이 대화를 계속하는 것인데
이것은 철학적인 자세라 할 수 있고
그것 자체로 정당하다, 혹은 도덕성을 갖춘 것이라 할 만하다.
이거죠?
박인구님의 발표는 이걸 논증하신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걸 논증할 생각을 하셨는지도 놀랍지만
그리고 그 논증에 동원된 찬란한 언어는
뭐랄까 … 화술의 극치라고나 할까 …
언어의 마법이라고나 할까 …..
저로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박인구님의 독특한 재능을 목격한 것이
더 큰 경험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몇 군데를 인용하자면
“모든 화제에는 비판의식이 살아있지만, 이 의식들의 방향설정은 철저하게 유보되고, 그것은 그렇게 다양성 속에서 미결정의 상태로 남겨질 것을 독려받고 있습니다.”
“ 왜 녹색아카데미의 화제들은 더 자극적으로 발전된 형태의 신념으로 변화되지 않고 , 오히려 그 변화직전의 상태를 고집하는가? ”
“녹색아카데미의 대화가, 새 이데올로기의 자극적인 활로를 개척하기보다는 그 직전의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머무르려는 자세는 올바른 것에 대한 용기 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된 것에 대한 확실성의 추구라고 보여진다.”
“ 이것은 분명 철학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집단적으로 대변하는 것 뿐입니다.”
“우리는 이 모임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것입니까? ---- 구체적으로 어떤 진실성을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요청하고 있는 것일까요?”
“ 우리 모임의 구성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신념으로의 발전을 스스로 방해하고 , 깊은 딜레마 ( 매킨타이어의 공동체적 뿌리와 개인주의적 철학 속에 있는 딜레마)를 단지 공유하면서, 도덕적 초조함을 재생시킨다고 제시해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녹색아카데미의 도덕성에 참여하는 지금에야말로 우리 각자의 인간으로서의 도덕성을 더 힘차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주장의 순서대로
나름 맥락이 통한다고 생각하여
인용해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내가 녹색아카데미에서 찾는 보람이랄까 그런 것이
바로 “슬픈 재생의 기쁨”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슬픈 재생의 기쁨” 대박유행어가 될 것 같은데요.
여하튼 박인구님께서 녹색아카데미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확실히 만들어 주셔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오고간 이야기는 많았지만
여기서 줄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한가지 더
지적 긴장감을 최고로 높여야 들리는
사변적인 대화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최브라더스를
만난 것도 놀라운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 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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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1.03.14 19:49
왠지.. 최브라더스와 사기꾼 최과장이 정말 듣기가 좋군요^^ 하하
저는 내일 충남 당진으로 돈받으러(채권추심)갑니다..ㅋㅋ
채무자가 돈을 잘 갚기를 기도하며 잠듭니당..ㅋㅋㅋㅋ
p.s.유쾌하셨다는 말씀에 저 역시 기분이 좋아지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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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1.03.14 19:59
박인구님의 멋진 표현들이 멋진 것은 그 안에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자발적 정신분열이 고통스럽지 않길 바래 봅니다. 프란츠 카프카가 그랬었죠. 저도 오랫동안 주경야독의 길을 걸어왔는데, 앞으로 달라질 기회가 있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이 아이디 접니다.ㅋㅋ 최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