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의 철학적 기초와 뇌, 마음, 언어
2009.11.25 14:56
책 세 권 소개할까 합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지 않아 간단하게만 얘기하구요. 틈 나는 대로 소략한 서평이라도 달아보겠습니다.
2005년에 뉴욕에서 열린 미국철학회(APA, American Philosphical Association) 연례모임에서 흥미로운 토론모임이 열렸습니다.
발단은 2003년에 출판된 [신경과학의 철학적 기초]라는 책이었습니다. 저명한 호주의 신경생리학자(맥스웰 베네트, Max Bennett)와 비트겐슈타인을 전공한 철학자(피터 해커, Peter Hacker) 가 상당히 도발적으로 책을 썼습니다. 과장하자면 현대 신경과학, 특히 인지과학과 연관된 신경과학에서 상당히 심각한 개념적 오해가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심리철학 분야에서는 잘 정착된 개념인 '감각질'(quale, qualia)이라는 것이 신경과학에 설 자리가 없다거나, '뇌'가 생각도 하고 판단도 하고 느끼기도 하고 감정도 갖고 한다는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합니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느끼고, 감정을 갖는 것은 사람이지, '뇌'라는 신체기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 대한 반향이 여러 가지로 갈리면서, 미국철학회에서 이 책의 주장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하자고 했고, 여기에 초청된 사람이 대니얼 데넷(Dan Dennett)과 존 설(John Searle)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 다 대단히 총명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예리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으니, 그 토론회가 얼마나 재미있었겠나 상상해 볼 수 있죠.
하여튼 그 토론모임에서 발표된 글과 다시 응답하는 글을 모은 것이 2007년에 컬럼비아대학출판부에서 나왔습니다. 두께는 얇지만 정말 흥미진진해서 마치 재미있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책 제목도 그럴싸하게 [신경과학과 철학: 뇌, 마음, 언어]로 되어 있고, 내용도 알찹니다.
그리고 작년(2008)에 다시 베네트와 해커가 [인지 신경과학의 역사]란 제목으로 방대한 역사적 전개를 체계적으로 모아 서술한 책을 냈습니다. 구글도서검색의 링크를 달아 두었습니다. 클릭하시면 책 내용 일부를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창을 유지하시면서 책 내용만 잠시 보려면, Shift를 누른 채로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M. Bennett, D. Dennett, P. Hacker, J. Searle, D. Robinson, Neuroscience and philosophy: brain, mind, and language,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7.
http://books.google.co.kr/books?id=vAVaIEUwNLIC&printsec=frontcover#v=onepage&q=&f=false
Max Bennett and Peter Hacker,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Neuroscienc, Blackwell Publishing, 2003.
Max Bennett and Peter Hacker, History of Cognitive Neuroscience, Wiley-Blackwel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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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의 철학적 기초]에 대한 미국 노터데임 대학의 철학리뷰에 실린 서평: http://ndpr.nd.edu/review.cfm?id=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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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s of the modern cognitive neuroscience: conceptual confusions, mereological fallacy, and modified Cartesianism
( Andres Soosaar ) : http://cogprints.org/3728/1/bennett_hacker_on_neuroscience.htm
맥스웰 베네트의 사진이 LifeScientist의 표지에 실려 있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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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song
2009.11.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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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09.11.29 13:32
happysong님, 금요일엔 잘 들어가셨는지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저 역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보다 중요한 것이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삶이라는 것이 곧 '수행'일 테고, 좋은 수행은 얽매이지 않는 것일 테니까요. 저는 공부가 직업인데도 happysong님만큼 책을 꾸준히 읽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긴 공부가 업이라서 오히려 다양하게 책들을 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제는 다른 공부모임에서 찰스 다윈의 세 번째 걸작으로 평가되는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함께 공부했구요. 덧붙여 19세기 빅토리아 영국을 배경으로 한 세기 동안 automaton(자동인형)이 점점 여성화/젠더화된 것이 당시의 정치경제학, 진화이론, 뇌생리학, 기계의 분류와 맞닿아 있음을 주장하는 논문을 제가 발제하기도 했답니다. 곧 함께 읽고 토론하기로 한 책/논문으로 Andy Clark이란 사람의 Natural-Born Cyborg란 책과 Donna Haraway의 Cyborg Manifesto가 있습니다. 기회 되는 대로 이 내용도 좀 소개를 할께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나오는 대사 중에 "기억을 외화하던 때부터 이미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식의 내용이 있습니다. 제 자신을 보면 전화번호 하나도 잘 외우지 못하고, 늘 노트북과 외장하드에 온갖 '정보'를 잔뜩 담아놓고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기억을 외화"하고 나니, 평소에는 별로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한두 가지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까이에 있는 글씨도 잘 안 보이고, 건망증이 심해져서, 특히 강의시간에 고유명사가 떠오르지 않아 좀 난처해지곤 합니다. 그럴수록 한 두 가지라도 거기에 집중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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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벌써 소개하셨군요.
르두 1차모임에서 주신 복사물은 잘 읽어보겠습니다.
아직 못 읽어 봤어요.
근데 아직 못 읽은 게 너무 많아요.
1.다마지오 영문판, 2장정도(욕구와 정서- appetite and emotion) 읽고 있어요. 원래 하루에 10페이지씩 볼려 했는데 12월 중순까지는 5페이지 정도 보는 걸로 만족해야 겠어요.
2. 다마지오 살 때 같이 산 스피노자 읽는 방법에 관한 책(Behind the A geometrical Method) Curley겁니다요- 이 책 에티카인줄 알고 주문했는데 에티카를 읽는 법에 대한 책이었어요. 하루에 한페이지씩 정도 읽고 있는데 실수는 했지만 잘 건진 것 같아요.
3. 그리고 Joy of Living이라고 Mingyur 린포체가 쓴 것인데 이것도 역시 하루에 한페이지 정도 읽고 있어요. 마음에 양식이 되거든요. 이제 거의 절반을 넘기고 있지요.
4. 물론 시냅스와 자아도 읽고 있지요. 페이지를 정한 것은 아니고 틈날때마다 읽어요.
그 외에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 몇개 더 있답니다. 영문학 책이예요 이것을 돌려가면서 읽는데 하루에 2-3시간은 걸리죠.
하지만 이것은 12월 중순이면 끝나니까 그이후로는 2=3 시간을 다른 책을 읽는데 더 쓸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제가 정말 많은 책을 읽고 있네요.
이 와중에
그 복사물을 주신 것이지요. 하여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
하루에 2페이지씩 읽으면 13징이니까 13일이 걸릴겁니다.
그러면 다음 모임까지 다 읽을 수 있을 겁니다.
항상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BUT WAIT A MINUTE
제가 어제 듣고 온 이야기인데요..
청안스님이라고 헝가리사람이신데
불교영어도서관이라는 곳에서
강의를 하셨어요.
현대인이 수행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정보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데 있다는 겁니다.
수행이라는 말이 좀 낯설다면
별 신경안쓰셔도 되는데
이렇게 고쳐도 괜찮아요.
현대인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정보에 마음을 빼앗기는데 있다.
책은 그래도 고급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외부정보일 뿐이고
나의 본질은 될 수 없는 거니까
가끔씩은 책도 덮고
접속도 끊고
정보로부터
자유... 해방.....데쇼?
다음에 정보에 대해 공부를 해보아야 합니다.
정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