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두 4차 후기
2010.01.19 08:49
르두 4차 후기
이번 모임에서는
주로 7장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7장이 되면 조금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7장이 되어도
조금도 덜하지 않은 난이도에
저로서는 다소 의기소침해진
형편이었는데요.
그래도 몇 장 남지 않았다는데
희망을 걸고 후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7장에는 주로 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목이 정신 3부작인데
자연님이 지정의 /진선미/ 칸트의 순수-실천-판단력(?)
와 같이 고전적으로 분류되는
정신의 3가지 작용을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임 후에는 자연님이 일하시는 진선미 건물을
구경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진선미는
3가지 정신작용의 완성태라고나 할까…..
그런 깊은 의미가 있군요.
지의 궁극의 작용은 진이요
정의 궁극의 작용은 선
의의 궁극의 작용은 미이군요.
제목은 그렇더라도 7장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지 입니다 :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무의식으로 알고 있다’, ‘니 몸은 알고 있다’
이런 차원은 아니고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는 것 말이지요.
아마 문학에서 ‘의식의 흐름’이라고 할 때
그 의식
끊임없이 속닥거리는 바로 그것을 말한다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신경과학에서 다루는 방식은
“작업기억”이라는 불리는
“operating system”으로 보는 것입니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을 통한 인지를
(그런데 이때의 인지는 ‘니 몸은 알고 있다’ 수준의 인지입니다.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특수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작업기억은 ‘만능시스템’인데요…. 모든 특수시스템의 정보처리를 결합하고
또 결합한 정보를 전달해서 각 특수시스템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
뭐 이런 사령부와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만능시스템이 있는 곳’
‘작업기억이 일어나는 뇌의 영역’은 전전두피질이라고 합니다.
전전두피질은 3층 구조로 되어있다고 하는데
중간층은 특수시스템으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는 통로( 그러니까 감각피질로부터 들어오는 시냅스가 많이 있다 – bottom up- 는 것이고),
가장 아래층은 집행기능에 관여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전전두피질에서 나가는 방향의 시냅스가 많다 –top down-)
가장 위층인 겉껍질 (외측전전두피질이라 부름 –영장류에만 발달)에서
고등한 인지작용이 일어나리라 예측됩니다.
실험관찰은 주로 원숭이나 총상을 당한 전두엽손상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수준은
‘이것 봐’라고 했을 때 과연 그것을 볼 수 있는가?
하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외측전전두에 손상을 입으면
이게 잘 안된다는 것이죠.
그거라도(?) 할려면
‘잊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거죠.
그래서는 의식적인 행동조절이랄까
이런 고등한 작용(* *)은 못하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수준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조절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뇌를 공부하다 보니까 평소 사소하게 보았던 것(아니 사소해서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주 대단해보이는 장점이 있어요.
시인처럼님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란 없구나’ 하는 말로 이러한 감회를 표현하셨는데
저의 소감은 ‘인간의 몸(뇌)을 받는 것이 얼마나 귀하냐’ 라고 하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논의되었던 문제로는
1. 메타적인 시냅스라고 했나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
2. 죽은 사람의 뇌을 통해 그 사람의 신체적 인격적 특징을 시냅스 차원에서 스캔하다고나 할까 그런 것이 가능한지
3. 베네트와 해커가 신경과학의 철학적 기초(라기 보다는 오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이 있었는데
1은 시인처럼님이 하신 질문인데 봄날님과 제가 그게 바로 ‘작업기억’ 이라고 당연하게 말해버리고 말았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시인처럼님이 하신 질문은 작업기억보다 더 메타적인 것을 말하신 것이었어요. 운명인지 우연인지 같은 수준을 말씀하신 것이었어요. 그죠?
이걸 대답할 때는 더 이상 메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없게끔 대답해야 하는데요…
그걸 못하는거죠. 저는 이게 화두가 아닐가 싶은데…
2도 역시 시인처럼님의 질문인데 자연님은 그러한 사고방식은 뇌결정론이고 위험하다, 죽은 뇌는 발화하지 않는다-뇌사- 하시면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하셨어요.
3은 베네트와 해커가 제가 일원론이라 생각하고 있는 견해들을 데카르트 줄에 세워놓아서 (말하자면 콸리아는 레스 코기탄스의 변종일뿐이다 라고 해서) 나름 무척 헛갈리고 있던 부분이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걸 쓰자면 너무 길어지니까 생략하는데…자연님이 사실은 한방에 날려주셨어요. 그건 베네트와 해커의 견해일뿐이라고…… 고민해결 감사합니다.
여기서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주세요.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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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10.01.21 14:01
-
그렇지 않습니다.
복잡하게 애기하십니다요.
문제는 제가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제가 단순하게 썼지만
그건 그렇게 정리했다는 의미랍니다.
논리가 빙빙 돌고 있다고나 할까
뭔가 있는데
놓치고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근데
자연님의 배경설명을 듣던 중
그럴 필요가 없다.
이런 조그만한 깨달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걸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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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10.01.22 16:00
해피쏭님의 깨달음을 저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지금 제가 인문학자라고 해도 출신이 물리학이라서 그런지 늘 관심이 세세한 디테일에 가곤 합니다. 숲을 보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나무 한 그루, 그 밑에 자라는 버섯, 그 버섯 위의 개미 두 마리, 뭐 그런 게 더 눈에 잘 들어옵니다.
뇌과학은 예전부터 관심을 많이 가지고 나름 공부를 하긴 했는데, 이번에 한 걸음 더 가면서 자칫 너무 세부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나 반성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현대 인지과학에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 기호기능주의 symbolic functionalism
: intelligence represented in symbols and mutual manipulations formal models of reasoning, knowledge based
* 연결주의 connectionism
: inspired by natural processes emergency of intelligent behaviour
* 행동기반 로봇공학 기능주의 robotics functionalism
: computational implementation of behaviourism다마지오나 르두는 굳이 말하면 연결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기호기능주의는 사람의 마음을 사실상 컴퓨터와 같은 것으로 보는 입장이라고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Paul Thagard(싸가드)는 2005년에 2판이 나온 학부생 대상의 교과서 Mind: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The MIT Press.에서 Thagard 자신의 입장이라 할 수 있는 CRUM을 책 전체에서 논의합니다.
CRUM은 Computational-Representational Understanding of Mind의 약자로서 '마음'을 계산과 표상으로 이해하자는 중심가설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고(thinking)는 마음 속의 표상 구조(representational structures)와 그 구조에서 작동하는 계산적 절차(computational procedures)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p. 10)
도식화하면
(사고) = (정신적 표상들) + (계산적 절차들)
이 됩니다.
Thagard 자신은 이 중심가설이 현재의 인지과학에서 가장 핵심적이며, 연결주의 이론들도 이 중심가설을 받아들인다고 봅니다.
학부생을 주된 독자로 하는 책이라서 미묘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긴 하지만, 생각해 볼 거리가 더 있긴 하겠습니다. -
自然
2010.01.24 00:19
그러고 보니 제대로 공고가 안 되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2월 1일에 갖기로 했습니다. 장소가 약간 헷갈리는데 다시 한번 이대에서 모이자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번부터 길담서원에서 모이자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기억나시는 분이 답글을 달아 주십시오. -
다음 모임(2/1)은 이대입니다. 르두를 마저 보기로 했습니다. (이유:르두를 읽어왔던 사람들만 와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다음 모임(2/19)은 길담서원입니다. 르두와 다마지오를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유: 다른 참석자가 많이 오기를 기대하면서/길담서원의 아지트화를 위해)
이렇게 기억이 됩니다. 시간을 모르겠군요. 6시? 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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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헌터
2010.01.25 15:00
르두는 『시냅스와 자아』라는 자기의 책이 “의식이 어떻게 뇌에서 나오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뇌가 어떻게 우리로 만드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뇌과학자들이 의식이야말로 큰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는 자아의 원천 즉 “퍼스낼리티” 문제야말로 신경과학이 풀어야할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퍼스낼리티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뇌의 무의식적 기능들을 해명해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무의식>을 <의식>의 또다른 얼굴이라고 볼 위험성이 있어서 일반적으로 신경과학자들이 <무의식>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르두의 이런 주장은 신선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무의식>에 관심을 돌림으로 해서 어쩌면 르두는 실제로 <의식>이라는 문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반부 르두의 견해를 재구성해 본다면:
(1) 뇌는 서로 다른 조직으로 구분되어 있다기보다는 뉴런이라는 한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음.
(2) 그렇다면 뇌의 특성 문제는 뉴런이라는 세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에 있을 것임.
(3) 아마도 “나”라는 자아개념 역시 시냅스의 문제일 것임.
(4) 한편 기억이나 마음과 같은 복잡한 개념들이 어떻게 시냅스를 기초로 설명이 가능할까?
(5) 그런데 인지/감정/의도의 3부작인 정신은 뇌/생명의 구성표와 일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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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뇌
시상하부
중뇌
후뇌
의도
○
○
○
○
감정
×
○
○
○
반응
×
×
○
○
생명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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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10.01.25 16:49
다음 모임 시간은 6시반으로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6시는 너무 촉박하다고 해서 말입니다.
최종적으로 장소와 일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일시: 2010년 2월 1일(월) 6시 30분 - 대략 9시
장소: 이화여대 ECC B247호 (빔프로젝터 설치되어 있음)
공부할 내용: 르두 [시냅스와 자아] 6장 보충, 8장(감정), 9장(동기), 10장(시냅스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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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10.01.27 00:44
르두가 6장에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바다의 연체동물 군소에 대해 잘 소개한 글을 발견해서 링크를 걸어 놓습니다.
http://nullmodel.egloos.com/tb/1923325
http://www.woorilife.pe.kr/gunso.htm
역시 멋진 정리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얘기를 단순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누구누구의 견해일 뿐이다"라는 표현은 사실 섣불리 할 수 없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감각질'(qualia, 단수형은 quale)은 쉽게 말해 '의식적 경험의 주관적 질' 내지 '의식적 경험의 질적 특성'입니다. 1929년에 미국의 철학자 루이스(Clarence Irving Lewis)가 [마음과 세계질서]에서 처음 지금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는데, 대략 말해서 물질 내지 외부세계에 대해 내가 또는 사람이 느끼는 감각에 대해 물질의 성질이 아닌 것을 가리킵니다. 빨간 사과는 원래 빨간색을 띠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내가 빨갛다고 느낄 때에는 내 마음 속에 '빨갛다'는 감각질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http://en.wikipedia.org/wiki/Qualia
http://www.aistudy.co.kr/philosophy/qualia.htm
http://plato.stanford.edu/entries/qualia/
모든 심리학자/심리철학자가 감각질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믿는 것은 아닙니다. 럿거스 대학의 대니얼 데넷은 교묘한 논변을 통해 그런 개념이 불필요하거나 아니면 그 개념을 써서 관심 있는 문제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음을 보입니다. 베네트와 해커는 인지신경과학 전반에 걸쳐 비판적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서, 자연스럽게 감각질이란 개념이 잘못된 개념임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감각질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을 파일로 첨부합니다. 한글로 되어 있으니까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뇌사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보통 죽음은 심장이 뛰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이 경우에는 분명하게 뇌가 전혀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뇌사는 심장은 뛰고 있지만, 뇌의 기능이 대부분(또는 전부) 멈춘 상태입니다. 이와 달리 흔히 식물인간이라고 부르는 상태는 소뇌, 뇌간, 연수 같은 곳이 모두 정상적이어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단지 대뇌만 활동이 없어서 의식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 때 과연 뇌를 '스캔'해서 기억이나 의식을 복사해 오는 게 가능할까 하고 묻는다면, 그 대답이 "당연히 안 된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꽤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여부와 윤리적으로 그렇게 해도 되는가 여부는 좀 다른 문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