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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해석의 문제

2010.01.20 01:00

타임헌터 조회 수:5470

 

온생명은 생명을 주제로 하되 물리학에 기초를 두고 철학적 논의를 따르므로

존재론과 인식론의 양쪽 입장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존재론과 인식론의 이야기와 해석이라는 문제를 짚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인연(因緣)이 있어 이렇게 토론의 광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연의 ‘인(因)’이란 시간적 연접관계를 나타내고 ‘연(緣)’이란 공간적 연접관계를 뜻합니다. 즉 시간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끈이 닿았기에 서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공간적 관계가 물리학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물리학이란 자연의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고 자연의 변화란 운동을 기본으로 이루어지며 운동이란 결국 시공간을 무대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양자론과 상대론이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 두 이론이 인간의 인식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인지 역사를 잠깐 살펴보면, 원래 ‘존재’와 ‘인식’은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개념이었습니다.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인식되어야 했고 또 인식된 것은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은 인식주체가 인식객체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식매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인식매체는 인식주체와 인식객체 사이의 시공간을 가로질러 놓여있어 존재와 인식 사이에 ‘빈틈’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와 인식 사이의 빈틈 중 공간의 빈틈이 양자론이라는 이름으로 탐구되고 시간의 빈틈이 상대론이라는 이름으로 분석되기에 이릅니다.

 

양자론과 상대론은 인간의 인식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로 빈틈의 이해는 주로 해석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시도됩니다. 존재와 인식 사이의 빈틈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먼저 ‘물리적 존재법칙’이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볼까 합니다. “한 물체는 동시에 두 공간에 존재할 수 없으며, 두 물체는 동시에 한 공간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사뭇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명제 중 ‘한 공간’이라는 개념과 ‘동시’라는 개념이 각각 양자론과 상대론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은 마침내 해석이라는 탈출구를 모색하게 됩니다.

 

한 전자가 원자 내에서 동시에 여러 공간에 퍼져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인간의 인식론은 ‘확률’이라는 해석에 의해 타협점을 찾고자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과율까지도 위협하는 ‘동시’라는 개념의 이해에는 ‘광속 상한제’의 도입과 보존법칙의 포기를 각오하면서까지 타협점을 찾고자 하게 됩니다. 특히 양자론의 경우는 입자와 파동이라는 이른바 모순되는 두 성질의 공존이라는 문제로 인해 ‘상보성 원리’ 등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입자-파동’의 문제는 어쩌면 모순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입자-파동의 문제에서 입자는 존재론적 관점에서 설정된 개념인데 반해 파동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설정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즉 존재론적 입장과 인식론적 입장이 함께 뒤섞임으로써 일어난 일종의 혼란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 순간에는 입자였던 것이 어떤 이유에 의해 다른 순간에는 파동으로 행세한 예는 있어도, 과연 한 입자가 동시에 파동으로 행세한 예를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인식에 대한 철학적 고찰에서 ‘심신문제’라는 것이 이와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봅니다. 즉 몸과 마음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존재가 동시에 공존함으로써 인식론적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체2원론이라든가 속성2원론이라든가 하는 흥미로운 이론들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몸-마음’이라는 관계도 어찌 보면 ‘입자-파동’의 문제와 같은 혼란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즉 몸이라는 개념이 존재론적 관점에서 설정된 개념인데 반해 마음이라는 개념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설정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마음이라는 것도 존재론적 입장에서 설정된 개념이라면 마음은 몸과 무관하게 존재하고 독립적으로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존재가 몸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이므로 몸이라는 존재와 동시에 독립된 존재로서 파악될 수 없다고 한다면 실체2원론은 포기해야 옳다고 봅니다. 속성2원론의 경우는 마음이 몸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하므로 공존에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실체와 실체가 아니라 실체와 속성을 들먹이면서 왜 굳이 ‘2원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인간의 뇌는 곧잘 컴퓨터와 비교되곤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다양한 소자들이 함께 어울려 회로를 형성하고 있지 않습니다. 있다면 단지 집적회로 한가지뿐으로 사실 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집적회로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즉 뇌 안에서 달리 마음이 존재할만한 특별한 위치를 지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르두와 같은 학자는 마음이란 3부작으로 자아의 다른 이름이고 자아란 결국 '시냅스'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르두의 주장은 크릭이 그의 저서 『놀라운 가설』에서 “당신들은 뉴런 덩어리에 불과해요.”라고 했던 선언을 연상시킵니다. 이렇게 존재론과 인식론은 서로 뒤엉킨 채 물리학과 철학 그리고 신경과학 등 여러 곳에서 말썽을 피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존재론과 인식론을 좀더 깊게 이해하고 접점을 찾을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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