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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양자역학의 서울해석과 관련하여 짧은 생각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물리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양자역학은 유난히도 철학과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존재의 본질이라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어쩌면 거시적 세계의 질서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미시적 세계의 질서가 낯설고 심지어는 거시적 세계의 질서와 상충되는 듯한 느낌마저 주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장회익선생님은 물리량의 실재성과 해석이라는 관계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신 것 같습니다.

 

   우선 ‘실재성’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기에 앞서 먼저 ‘존재’라는 개념을 살펴보겠습니다. ‘존재’라는 단어의 한자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두 단어 모두 다음과 같이 ‘있을 유(有)’라는 글자를 중심으로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글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1) {存 = 有 + 子}

(2) {在 = 有 + 土}

 

   ‘存’이라는 개념은 있기는 있는데 ‘子’와 관련된 개념으로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식의 세대로 이어지는 존재 즉 <시간상의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在’라는 개념은 있기는 있는데 ‘土’와 관련된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땅위에 있는 존재 즉 <공간상의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존재’라는 글자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함께 나타내고 있습니다.

 

   장선생님은, ‘실재성’이란 개념 그 자체가 “관측 가능한 사물의 독자적 존재성과 더불어 이것의 시간적인 존속성 개념을 일반화시켜 만들어 낸 하나의 보편 관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실재성과 관련해서 세 가지 조건을 강조합니다. 즉 ‘관측가능성’, ‘독자적 존재성’, 그리고 ‘시간적 존속성’ 입니다. 그런데 장선생님의 설명을 따라가 보면, ‘독자적 존재성’이란 공간상의 존재 개념을 의미하고, ‘시간적 존속성’이란 시간상의 존재 개념을 의미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조건은, 방금 글자에 대한 설명에서 살펴보았듯이, ‘존재’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관측가능성은 물리적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존재의 실체성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실재성’이라는 개념이 이와 같이 ‘실체성’이라는 개념을 안고 있다면 ‘관측’이라는 개념에 대해 좀더 뚜렷한 한계를 그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흔히 생각하기에 ‘관측’이란 ‘물리적 인식’을 의미한다고 쉽게 생각해 버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는 물리적 인식이 가능하지 않고 물리적 계산을 통해서만 인식되는 그런 물리량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실재성 개념의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장선생님은 동역학적 인식 구조와 관련하여 경험표상의 영역과 대상서술의 영역 이렇게 두 영역의 존재를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이 바로 인간의 인지기제를 이루고 있는 두 단계인 ‘인식’과 ‘재인’의 개념과 동일하다는 생각을 저 혼자 해봅니다. ‘인식’과 ‘재인’이라는 두 개념을 물리적 인지와 형이상학적 인지로 보고 있는 저를 비롯해서 특히 과학철학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동역학적 인식 구조와 관련된 이 두 영역의 구분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두 영역의 구분을 통해서만이 ‘실재성’이라는 개념이 그 진정한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희한하게도 '실재성'이란 개념은 과학과 철학에서 모두 무척 중요한 개념인데도 아직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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