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ion이 '인식'일까요, '인지'일까요?
2009.02.21 01:29
아래 시인처럼님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몇 자 적습니다.
cognition이 '인식'일까요, '인지'일까요?
어쩌면 '지식'(知識)의 개념을 분명히 하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知와 識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둘 다 '알다'라는 의미죠. 한자와 전반적인 용법을 고려하면, 知는 "깨닫다, 듣거나 보아서 알다, 분별하다, 기억하다" 등의 의미이고, 識은 "판별하다, 인정하다, 자세히 하다, 낯이 익다" 등의 의미라고 되어 있네요.
더 상세히 하려면 가령 고려대장경연구소의 전자한자자전(http://211.46.71.249/handic/)을 볼 수 있습니다.
知
1.일다; 2.알리다; 3.통지. 기별; 4.앎. 지식; 5.아는바가 많은 일; 6.아는 작용. 지혜; 7.아는 사이. 교위; 8.사귐. 교유; 9.대우. 대접; 10.짝; 11.병이 낫다; 12.지사; 13.슬기
know, perceive, comprehend
識
1.알다; 2.지혜. 시비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 3.아는 것. 지식; 4.타고난 성품; 5.식견. 분별력; 6.지각. 감각; 7.아는 것이 많다. 박식; 8.친밀한 사이. 친지; 9.적다. 기록하다; 10.나타내다; 11.표; 12.종정 등에 새긴 글자; 13.기
recognize, understand, know
가령 '박식' '면식범' '식견'이란 말은 있어도 '박지' '면지범' '지견'이란 말은 없습니다. 한편 '지혜' '지능' '지각'이란 말은 있어도 '식혜' '식능' '식각'이란 말은 없습니다.
독일어에는 wissen과 kennen을 구분합니다. wissen은 개념적인 것을 아는 것이라면, kenne은 주로 '아는 사람'이라고 할 때와 유사하게 겉모습 같은 것의 유사성을 알아채는 것에 해당합니다. 조야하게 말하면, wissen은 知에 더 가깝고, kennen은 識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영어의 cognition은 라틴어 cognoscere에서 온 것인데, "to know" or "to "recognize"라고 주석됩니다. 흥미롭게도 독일어에서는 이 라틴어의 의미가 "erkennen, erfahren, kennen lernen“입니다. 한국어로 한다면 "알게 되다, 경헙하게 되다, 면식이 생기다" 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그렇게 보면 독일어의 맥락에서는 Kognition은 '인식'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cognitive science는 '인지과학'이라고 하고, cognitive psychology는 '인지심리학'이라고 하는데, 아직 '인식과학' 내지 '인식심리학'이란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인지'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요? ^^
cognition이 '인식'일까요, '인지'일까요?
어쩌면 '지식'(知識)의 개념을 분명히 하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知와 識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둘 다 '알다'라는 의미죠. 한자와 전반적인 용법을 고려하면, 知는 "깨닫다, 듣거나 보아서 알다, 분별하다, 기억하다" 등의 의미이고, 識은 "판별하다, 인정하다, 자세히 하다, 낯이 익다" 등의 의미라고 되어 있네요.
더 상세히 하려면 가령 고려대장경연구소의 전자한자자전(http://211.46.71.249/handic/)을 볼 수 있습니다.
知
1.일다; 2.알리다; 3.통지. 기별; 4.앎. 지식; 5.아는바가 많은 일; 6.아는 작용. 지혜; 7.아는 사이. 교위; 8.사귐. 교유; 9.대우. 대접; 10.짝; 11.병이 낫다; 12.지사; 13.슬기
know, perceive, comprehend
識
1.알다; 2.지혜. 시비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 3.아는 것. 지식; 4.타고난 성품; 5.식견. 분별력; 6.지각. 감각; 7.아는 것이 많다. 박식; 8.친밀한 사이. 친지; 9.적다. 기록하다; 10.나타내다; 11.표; 12.종정 등에 새긴 글자; 13.기
recognize, understand, know
가령 '박식' '면식범' '식견'이란 말은 있어도 '박지' '면지범' '지견'이란 말은 없습니다. 한편 '지혜' '지능' '지각'이란 말은 있어도 '식혜' '식능' '식각'이란 말은 없습니다.
독일어에는 wissen과 kennen을 구분합니다. wissen은 개념적인 것을 아는 것이라면, kenne은 주로 '아는 사람'이라고 할 때와 유사하게 겉모습 같은 것의 유사성을 알아채는 것에 해당합니다. 조야하게 말하면, wissen은 知에 더 가깝고, kennen은 識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영어의 cognition은 라틴어 cognoscere에서 온 것인데, "to know" or "to "recognize"라고 주석됩니다. 흥미롭게도 독일어에서는 이 라틴어의 의미가 "erkennen, erfahren, kennen lernen“입니다. 한국어로 한다면 "알게 되다, 경헙하게 되다, 면식이 생기다" 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그렇게 보면 독일어의 맥락에서는 Kognition은 '인식'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cognitive science는 '인지과학'이라고 하고, cognitive psychology는 '인지심리학'이라고 하는데, 아직 '인식과학' 내지 '인식심리학'이란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인지'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요?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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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2009.02.24 01:29
-
自然
2009.02.25 14:34
그러게요님, 답글 고맙습니다! 지난 번에 유식 얘기 하신 것 듣고 와서 다시 바렐라가 쓴 Embodiment of Mind를 훑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역시 서양인(?)의 불교 이해가 뭉뚱그려져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유식 불교와 바로 통하는 것은 아니고, 불교철학 전반에 관련된 내용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더 꼼꼼하게 훑어봐야겠다 싶더군요.
유식론은 한번 기회 되는 대로 꼭 공부해 보고 싶은데, 혹시 다음 모임쯤 해서 그러게요님이 특강을 해 주심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에 스쳤답니다.^^ 저는 전혀 접해 본 적이 없는 낯선 주제라서 말이죠. 견분과 상분의 문제는 제가 지금 고민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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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을 포함, 유식에 대한 정화스님의 설명을 보자면 마뚜라나가 상정하는 cognition의 의미와 유식불교의 '식'은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둘 다 생명현상, 즉 삶을 앎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뚜라나는 앎을 cognition, 유식불교에서는 '식'이라고 할 뿐 인듯..
해서 전, 자연님의 질문이 일반적으로 cognition이라는 영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는게 좋을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누가 사용하고 있는 'cognition'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사항이고, 적어도 마뚜라나의 맥락에서 해석하자면 '인식'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