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Document URL : https://greenacademy.cafe24.com/xe/textyle/16225춘천 다녀왔지요. 같이 놀 친구도 하나 있고, 내가 정말 길치인가 확인도 해볼겸해서 혼자 갔습니다! 춘천역에 내려서 무작정 아무 버스나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렸는데, 동네가 휑한 것이 밥집도 없고...
정처없이 걷다가 중국집 간판 발견! 조금 걱정을 하며 골목을 돌았는데...
그 작은 골목 안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중국집이..
일단 들어갔습니다. 배가 고파서.
중국집에서 짜장면 외에는 별로 시켜본 게 없어서, 이날도 역시나 당연히 짜장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 앉는데, 옆자리에 앉은 세 사람이 모두 짬뽕을 먹는 게 아니겠어요.
흠... 짜장면이 맛있었다면 최소한 한 사람은 짜장면을 시켰을 것이다, 즉 짜장면이 맛이 없거나 짬뽕이 아주 맛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세 사람이 안친하거나, 셋 중의 하나가 틀림없다,
그렇다면 짬뽕을 시켜야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그래서...
이렇게 짬뽕!
바지락칼국수 2인 시키면 나올 법한 큰 대접에 한가득 벌건 짬뽕!!
이마에 땀 훔쳐가며 다 먹었습니다, 짬뽕!!!
친구는 저녁 때 만나기로 하고, 그 전에 혼자 춘천유람을 좀 하려고 짬뽕 국물 튀겨가며 지도를 뒤졌어요.
어디로 갈까... 가고 싶은 데도 별로 없고, 보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뭔가 멀리 버스를 타고 좀 가볼까...하는데, 소양댐과 청평사가 눈에 띄였습니다. 그래, 소양댐 혹은 청평사까지 가보자. 근데, 지도를 아무리 봐도 그리 가는 버스 번호도 뭐도 아무것도 없는 거에요. 무슨 지도가..
하튼 식당을 나와 근처 정류소 표지판에 적힌 버스 번호를 살피는데, 거기 버젓이 소양댐 가는 버스가 있는 게 아닙니까? 20분 정도 기다렸지만, 하여간 간단히 버스를 타고 소양댐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여기는 소양댐 아래쪽이고.
(사실 버스기사아저씨한테 청평사 가는 버스는 몇 번이냐고 물었는데... 다 아시겠지만, 청평사는 소양호에서 배 타고 들어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 소양댐가는 버스 타고 기사아저씨한테 또 물었지요. 왜 청평사 가는 버스가 없냐고. 아저씨의 대답, 경사가 아주 심해서 버스 다니기가 힘들다고...)
여기가 소양댐.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온 그 꼬불꼬불 산길 같기도 하고...
저 배가 곧 산으로 올라갈 것 같지요?!
누가 소양호 아니랠까봐 이렇게 소양호 이름표도 있습니다. 1973년산.
여기가 소양호. 바람부는 소양호.
유람 나온 사람들 참 많더군요. 춘천까지 가는 전철도 만원, 소양댐 가는 버스도 만원, 춘천 시내 곳곳에 소양댐 가는 안내판...
기차가 왜 없어졌을까요. 올 때는 춘천 종점에서 타느라고 앉아서 왔지만, 갈 때는 물정 모르고 방심하고 탔다가 2시간을 서서 가느라고 척추가 지금 고생 중입니다.
춘천에 전철 타고 다녀오시려면, 꼭 갈 때는 상봉에서 올 때는 춘천역에서 타세요. 서서 오다가는 허리 나갑니다.
뭔가 여행기를 쓴 듯한 기분~ ^^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왜 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되는대로 생각 좀 하고, 또 춘천에서 서울까지 저를 만나러 와주었던 친구에게 답방 차원으로다가 갔지요. 올린 소득은, 어쩌면 제가 길치가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책이 잘 읽힌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춘천 오가는 전철에서 읽으려고 오르테가의 [대중의 반역]을 들고 갔는데, 꽤 읽었어요.물론 뤼뷰는 절대 못하겠고, 두번 이상 읽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어렵기도 하고, 팍! 꽂히기도 하고. 오르테가의 '반역하는 대중'과 '무식한 식자'인 과학기술자 얘기는 일차적으로 1930년 전후 시대에 대한 것이겠지만, 오히려 요즘 상황에 더 잘 들어맞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문명은 갈수록 더 발달해서 생활은 더 편해지고 과학기술도 더 첨단화, 세분화돼서 개개 과학자들의 연구분야는 더 좁아지니까 당연한 결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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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8 at 21:28:35 댓글
짬뽕은 맛있었나요?
짬뽕!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이음책방근처 24시 짬뽕인가요.... 그 집에 한번 가봐야할텐데ㅇ요..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최고는 외래향 하얀짬뽕!
2011.03.28 at 23:41:44 댓글
청평사를 보면...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오랜, 어쩌면 빛바랜 추억 때문이죠.
춘천은 참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었죠. 오래 전에는요...^^
2011.03.29 at 15:33:43 댓글
짬뽕, 맛있었습니다. 좀 맵긴 했지만..
이음 옆에는 아마 홍콩반점이었을걸요? 들어가기 매우 불안한.. ㅋㅋ
춘천은 몇 년 전에 자전거 들고 간 게 처음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그새 또 많이 삭막해졌더라구요. 남춘천역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남춘천역 근처 아파트촌은 서울 근교 신도시와 다를 바가 없더군요.
2011.03.30 at 11:41:39 댓글 | |
작년 6월에 홍콩에 난생 처음 가 보았습니다.
신도시의 느낌, 삭막한 느낌, 외로움과 쓸쓸함, 어마어마하게 큰 느낌. 외래향 하얀짬뽕은 몰라도 이음 옆의 홍콩반점을 밖에서 보았을 때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느낌. 그런 것이 연결됩니다.
부산에서 몇 군데를 가 봤는데, (가령 망미동 수영강 옆 내지 센텀시티가 보이는 어딘가), 바다와 산, 산비탈에 빼곡한 고층아파트 때문인지, 홍콩과 부산이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