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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1932년 8월 15일 덴마크 코펜하겐(쾨벤하운)의 "빛 치료 국제 학술회의"(International Congress on Light Therapy)에서 닐스 보어가 "빛과 생명"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했습니다. 에르빈 슈뢰딩거가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라는 제목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컬리지에서 강연을 한 것이 1943년 2월이었으니까 그보다 11년 앞선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원자물리학을 개척해 가고 있던 이론 물리학자들이 생명현상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것은 좀 신기한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다음 달 "녹색문명공부모임"에서 산지기님이 "빛과 생명현상"이란 내용으로 발표를 하신다길래, 그리고 어제 이 문제를 산지기님과 한참 얘기하기도 해서,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좋은 자료를 몇 개 구했습니다. 그냥 산지기님에게 메일로 보낼까 하다가 여기에 올려 두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어의 강연은 덴마크어로 되었고, 처음 원고도 역시 덴마크어였는데, 그 국제학술회의의 공식언어가 영어였고, 그 내용이 이듬해(1933년) [네이처]에 두 번에 나누어 실렸는데 이 원고는 덴마크어로 되어 있던 초고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보어 자신이 번역한 것이니까, 번역이라기보다는 새로 쓴 것이 되겠네요. 

(더 상세한 것은 http://nd.edu/~hps/McKaughan.pdf 참조. D. J. McKaughan (2005). The Influence of Niels Bohr on Max Delbrück: Revisiting the Hopes Inspired by “Light and Life”, Isis, 2005, 96:507–529)


Niels Bohr, “Light and Life,” Nature, 25 Mar. 1933, 133:421–423 (Pt. 1), 1 Apr. 1933, 133:457–459 (Pt. 2)


아쉽게도 이 원고는 학교 도서관 계정으로도 접근이 안 되고, 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바로 그 옆의 원고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원고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행히 이 원고는 나중에 보어의 철학적인 글들을 모아 따로 출판한 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인터넷 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The Philosophical Writings of Niels Bohr, Vol. 2: Essays, 1932–1957, on Atomic Physics and Human Knowledge (Woodbridge: Ox Bow, 1987), pp. 4–12. 


(http://archive.org/details/AtomicPhysicsHumanKnowledge )


보어의 강연 원고는 독일어로도 번역되어 [나투어비센샤프텐]에 실렸습니다. 


Bohr, “Licht und Leben,” Naturwissenschaften, 1933, 21:245–250.


이 특별한 강연에 참석한 26살의 막스 델브뤽(Max Delbück)은 갓 박사학위를 받은 상태였고, 이 강연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 인생 전체의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나중에 박테리가 돌연변이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얻게 됨을 밝힌 공로로 196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델브뤽은 1962년에 다시 보어를 초청하여 "빛과 생명 다시 보기"(Light and Life Revisited)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듣습니다. 독일 쾰른의 유전학 연구소에서였습니다. 


Bohr, “Licht und Leben - noch einmal” Naturwissenschaften, 1963, 57:725–727.


1976년에는 델브뤽 자신이 "빛과 생명 III"이란 제목으로 다시 강연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칼스버그 연구소 100주년 기념을 위한 초청강연이었습니다.


CARLSBERG RESEARCH COMMUNICATIONS

Volume 41, Number 6, 299-309, DOI: 10.1007/BF02906138

(Lecture given at the Centennial of the Carlsberg Laboratory, Copenhagen, September 27, 1976) 


보어의 강연 원고 중 독일어로 된 것은 아무래도 독자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여기에 첨부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델브뤽의 강연 원고는 여러 모로 유익한 정보가 가득해서 여기에 첨부해 둡니다. 


그리고 자료를 하나 더 올려 놓습니다.


photobiology.jpg


보어의 강연과 직접 연관되지는 않지만, 소위 "광생물학"과 관련된 가장 최근의 연구성과가 잘 정리되어 있는 일종의 논문집입니다. 논문집이라기보다는 주요 내용을 잘 정리해 놓은 교과서 같은 느낌입니다. 


상세한 서지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Lars Olof Bjorn ed. (2008). Photobiology: The Science of Life and Light, Springer. 2nd ed.


광생물학(photobiology)이란 분야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은데, 가장 손쉽게 생각하면 빛을 이용하여 포도당을 생산하는 녹색식물들의 광합성이 떠오르고, 동물이든 식물이든 빛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거론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엑스선이나 감마선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도 빛과 생명 사이의 관계를 말해 주는 것이 되겠죠. 여하튼 이 책은 소위 "생명과 빛의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교과서 수준에서 모아 놓은 것이라 꽤 유용해 보입니다. 다만, 이 책은 어느 정도 수준의 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읽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편저자인 라스 올라프 뵤른의 시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Photobiology  (L.O. Björn 2002)


I am lying on my back beneath the tree,

dozing, looking up into the canopy,

thinking: what a wonder!—I can see!


But in the greenery above my face,

an even greater miracle is taking place:

Leaves catch photons from the sun

and molecules from air around.

Quanta and carbon atoms become bound.

Life, for them, has just begun.


The sun not only creates life, it also takes away

mostly by deranging DNA.

Damage can be, in part, undone

by enzymes using photons from the sun.


Summer nears its end, already ’cross the sky

southward aiming birds are flying by.

Other birds for travel choose the night

relying on the stars for guiding light.


Imprinted in their little heads are Gemini,

Orion, Dipper, other features of the sky.

There is room for clocks that measure day and night,

Correct for movement of the sky and tell the time for flight


Deep into oceans, into caves

the sun cannot directly send its waves.

But through intricacies of foodweb’s maze,

oxygen from chloroplasts, luciferin, luciferase,

at times, in place, where night and darkness seem to reign,

solar quanta emerge as photons once again.


시의 압운(라임)도 인상적이지만, 햇빛과 생명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잘 보여주는 시 같습니다.

 

빛과 생명의 관계는 상당히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주제입니다. 새삼 오래된 생화학 책을 다시 열어 광합성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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