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토기
Document URL : https://greenacademy.cafe24.com/xe/textyle/26140지난 주에 강의 남쪽으로 갈 일이 있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저녁 박물관에서 KBS열린음악회를 연단다. 이미 리허설 중이었고 이미 줄 선 사람들도 있었다. 개학 전이라 그런지 박물관 안에도 엄청난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엄마들이 복닥댔다.
몇 달 전에 갔을 때 눈이 간 토기들을 이번에는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사진으로 찍을 때는 토기들이 한번에 다 보기 힘들만큼 많고 다들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그려보니 모양도 문양도 꽤 다르고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중1 때였나 처음 빗살무늬토기를 접했을 때, 그릇의 끝이 뾰족한 점과 빗살무늬가 강가라는 생활환경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때는 그 두 가지가 서로 연결돼있다는 것이 그냥 놀라울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인류학적인 문제를 처음 접했던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함북지역은 강 주변 땅이 단단했었나보다. 빗살무늬는 있는데 바닥이 뾰족하지 않다.
돌아와서 만년필로 그려봤는데, 너무 쨍하니 매끈해서 토기같지가 않다. 전체의 5분의 1 정도만 남은 토기 조각에 나머지 부분을 덧댄 것인데, 뭔가로 찍고 긋고 파낸 문양이 참 정성스러워보인다. 몇 천년 전 누군가가 작업하던 그 순간들이 당연하지만 틀림없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묘하고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