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2010.11.05 10:02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 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늬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꼬 들려오는 탓이다
댓글 7
-
시 좋은데요.
저도 완전 동감입니다.
지금은 꽤 느린 박자를 몸에 익혔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느린 박자를 익히기 위해
왼손글씨를 쓴 적도 있답니다.
공교롭게도 그 때 제가 한 일도 시쓰기였습니다.
그 때 베낀 것 중 한편
제가 좋아하는 감성이 담긴...
햇살고운 날 .
-
해피쏭님.. 왜 이미지가 안 보일까요?
시인처럼한테 물어보니, 아마 파일이 첨부 안된 것 같다고 하네요...
-
이젠 보이세요?
집에 스캔너가 고장나서 사본이 필요하면 디카로 찍어 댑니다.
"사본을 팩스로 넣어주세요."하면
디카로 찍어서 파일로 보내는 것이죠.
보이면 좋겠다.
그때는 파일첨부하고 나서 본문삽입도 해야야 되나 해서 본문삽입을 눌렀지요.
지금 다시 파일첨부하니까 보이긴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겠네요.
-
눈사람
2010.11.12 10:45
오~ 잘 보여요~ 너무 "착한" 시인데요?! ^^
저도 디카로 찍은 거에요. 스캐너가 고장 난 건 아니고, 스캔하고 어쩌고 하는 게 귀찮아서..
스캔 하는 게 더 깨끗하긴 하지만 원본이 스캐너보다 크면 또 안되니, 디카가 쨩이죠~!
-
김주희
2010.11.15 22:16
아... 너무 좋습니다.
왠지 봄날씨도 동참하셔야 할듯한...
조금 더 천천히에 익숙해져야 겠습니다.
-
自硏 自然
2013.06.19 16:01
백석의 시도 좋고 해피쏭님의 왼손 글씨도 좋고 장마 뒤에 찾아온 무더운 오후에 나른함을 깨워주는 멋진 감성의 멋스러운 포스팅, 고맙습니다. ^^
시, 어떠십니까? ^^
십 년 쯤 전인가 김수영시인도 모른다고 구박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이런 저런 시를 좀 찾아 읽었지요.
좋더군요... 뭐, 무슨 뜻인지야 잘 모르겠고 해설을 읽어봐도 들어오지도 않아서, 그냥 저 좋은대로 읽어요.
왠 뜬금없는 시냐 하면은, 어제 한겨레신문에 난 필사에 대한 기획기사를 보고는 또 부화뇌동(?) 한 것이랍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손으로 뭔가를 쓰고는 있었는데요, 필사한 걸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고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근 좀 하다가 이번에 실천하기로 했어요.
글씨도 삐뚤빼뚤하고 그림도 부들부들거리지만, 그냥 올렸어요. 잘 쓰고 잘 그리게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기약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림은 Hopper의 Nighthawks, 사람 다 없애고 제 맘대로 수정... ㅠ.ㅠ)
시든 소설이든 그림이든, 그걸 만드는 사람은 참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서 작업을 하는데,
읽거나 보는 속도는 너무 빠르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한 가지 소박한 방법 하나가 베껴 쓰거나 베껴 그리는 거지요. 감상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근데, 사실 저는 서툴러서 그렇기도 하지만, 펜이 아니라 붓글씨로 쓰고나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어깨와 목이 좀 아프더군요.
하튼, 가끔 글이나 그림을 베껴 올릴 생각입니다. 즐~ & 동참~하시길 기대합니다.
언젠가는 창작에도 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