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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더글러스 러미스의 '대항발전'

2010.12.10 12:13

눈사람 조회 수:10994

development.jpeg ecology.jpg



더글러스 러미스라는 분을 어떻게 간단히 소개해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두 책 모두 녹색평론사 출판) 등

민주주의, 평화, 경제 등에 대한 책을 쓰신 분입니다. 물론 활동도 다양하게 하시는 것 같고.

뒤의 책은 쓰지 신이치라는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와 한 대담집입니다.

몇 년 전에 [경제성장이...]를 읽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물론 기억을 못하구요,

이번 연평도 일 때문에 [에콜로지와...]라는 책이 손에 들어오더군요. 그냥 집에 있어서...

하여튼, 좀 뒤적여보다가 [경제성장이...]를 읽은 기억도 나고, 특히 '대항발전'(counter-development)라는

개념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지난 달에 녹색문명공부모임 내용도 그런 것이었고, 녹색문명이라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도 결국은 '대항발전'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성장이...]의 100페이지에 보면 대항발전이 무엇인지 설명이 있는데 여기 옮겨볼께요.


"'대항발전'이란 말에서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의 '발전'의 의미, 곧 경제성장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거꾸로 인간사회 속에서 경제라는 요소를 조금씩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대항발전의 첫째 목표는 곧 '줄이는 발전'입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각자가 경제활동에 

쓰고 있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가격이 붙은 것을 줄이는 겁니다.

  대항발전의 두번째 목표는 경제 이외의 것을 발전시키자는 겁니다. 경제 이외의 가치, 경제활동 이외의 인간활동,

시장 이외의 모든 즐거움, 행동, 문화, 그런 것을 발전시킨다는 뜻입니다. 경제용어로 바꿔 말하면 교환가치가 높은 

것을 줄이고 사용가치가 높은 것을 늘리는 과정입니다.

  '발전'이나 '성장'이란 말에는 나쁜 역사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 말은 쓰지 않는 쪽이 좋다는 생각도 설득력이 있지만,

사회를 한꺼번에 바꾸려는 게 아니라 조금씩 바꾸어 가자는 뜻이므로 거기에 걸맞는 말이 필요합니다."


더 자세한 얘기가 계속 이어 나오는데, 궁금하신 분은 책을 '사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녹색평론사에서 번역되어 

나오는 책은 읽기가 참 좋거든요. ^^

하여튼, 새삼스럽게 이 분의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연평도 일과 장하준교수의 [...23가지] 때문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베스트셀러를 저도 사고 있는데, [...23가지]가 읽기에 어떨지 아직 모르겠지만,

[경제성장이...]도 강추합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로 저자가 상상하는 사람들이 머리말에 서술돼 있는데 .

우리 자신도 포함이 되는지 몇 항목에나 걸치는지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또 옮겼습니다. ^^;


- 과로에 지쳐 있는, 혹은 노동현장의 부자유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샐러리맨이나 사무직 여성을 포함하여) 노동자.

- 자신의 밭이 공장화되는 것에 혐오감을 갖고 있는 농민.

- '경제'(구체적으로, 앞으로의 취직)라는 요소가 자신의 교육의 자유에 장애물이 되어 있다고 느끼는 학생.

- 광고산업이 자신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느끼고 있는 소비자(특히 주부).

- 전쟁체험을 기억하고, 지금의 일본정부가 재군비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데 대해 충격을 받고 있는 노인.(참고로 더글러스

   러미스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 전쟁을 체험한 바는 없지만, 앞으로도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젊은이.

- 남북문제는 '남'의 문제라기보다, 어느 쪽인가 하면, '북'의 문제라고 느끼고 있는 사람.

- 세계의 자연계가 사멸을 계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에 염려하고 슬퍼하는 사람.

- 왠지 모르게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막연하고, 분명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저자는 이 책의 제목으로 처음에는 [21세기의 커먼센스를 위해서]를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경제에 대한 우리의 상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머리말 끝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통의식을 갖게 될 때, 

그 의식이 '상식'으로 변할 수 있을까."


* 여담 하나...

이마트피자에 이어 롯데마트치킨을 보면서, 모모동 모모모치킨을 떠올렸습니다. 그 집은 체인은 아니지만,

쓰는 닭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면 또 기분이 울적해집니다. 누구처럼 소음인인 저는 닭튀김때문에 채식을 포기한 일인인데,

모모동 모모모치킨은 채식따윈 생각도 못하게 만들지요. -,-;; 근데 워낙 비싸기도 하고, 대량사육되었을 닭을 '잡아먹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닭이 대량사육되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해서, 그래! 집에서 튀겨먹어보자!하고선 튀김가루까지 샀습니다. 

하지만... 그 튀김가루 봉지는 아직 뜯겨지지도 않은채 부엌에 쳐박혀 있고, 튀김가루를 산 이후에도 모모동 모모모치킨을 여러번 

잡아먹었습니다. 요점이 뭐여.. =,=;; 

갑자기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샌델교수가 주제별로 펼쳤던 논쟁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롯데마트치킨을 두고 매우 극명하게 반대의견을 보이는 두 사람의 토론을 들으면서 제가 한 생각은,

첫째, 의견이라고 다 받아주고 토론시키나하는 생각, 둘째, 롯데마트가 잘못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자신의 주장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 

것인지 논리가 부실하고, 찬성하는 측도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인 자유시장 논리를 눈하나 깜짝 안하고 펼치더라는 것입니다. 

과장해서 전국민이 [...23가지]를 사(읽)는 세상에 말이지요. 그야말로 비상식적이라는 거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너무나

당연하게 옳다고 혹은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에야말로 더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고 그래야만 정의로운 상식이 지켜질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 샌델교수의 [정의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다 못 읽었지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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