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의 초록희망]민관이 함께 원전안전 재점검을
지영선 (언론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의 공포를
실감할 불행한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다.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쓸어버리고, 희생자가 6만명에 이르리라는 대지진과 쓰나미보다 더 큰 방사능 공포가
일본 열도와 전세계를 전율케 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공포의 위력은 세계 각국의 즉각적인 원전정책 재검토로 나타나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로 원자력발전에 호의적이던 각국이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게 된 것이다.
독일은 가동 중인 원전 17기
중 노후한 7기의 가동을 임시 중단시켰으며, 유럽연합은 회원국 내 143개 원전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
의회에서 신규원전 건설 승인을 보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세계최고 원전 대국'을 꿈꾸던 중국도 신규원전 건설 승인을 잠정 중단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원전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이런 세계적 흐름과 유독 반대로 가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다. 한전은 14일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와중에 경북 영덕에서 신규원전부지
예정지 실사를 감행했다. 또 2012년 11월 수명이 끝나는 월성1호기에 대해서도 금년 상반기 중 수명 연장을 결정할
태세다.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라디오 연설에서 "일본 방사성 물질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
원전은 … 공식적으로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 등장한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되뇌일 뿐이다.
세계 각국 원전정책 재검토 나서
바로 옆 나라에서 벌어진 핵 참사가 우리 국민에게 위험하진 않을까, 위험이 실증된
핵발전 위에 우리의 생활을 설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가를 진지하게 검토하기보다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르네상스'에 혹여 제동이 걸릴까,
원자력문화재단을 앞세워 '깨끗하다, 안전하다'고 홍보해온 원자력의 이미지가 행여나 흐려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리 울진 영광 월성에 모두 21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며 전체 발전량의 31.4%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5차 전력수급계획안'에 따르면
2024년까지 11기의 원전을 더 지어 48.5%로 원전 의존도를 높인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의 원전에 대한 열정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09년 말 아랍에미리에이트 원전 수주 이후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당초
한전이 보고한 '30기 수출' 계획이 대통령의 독려로 80기로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정말 걱정스럽다. 꼼꼼하고 안전하기로 정평이 난
일본에서 원자로가 폭발해 속수무책으로 허둥거리는 걸 보면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원전정책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놓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을 넘어 희극적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일본의 베테랑 원전건설 현장감독 히라이 노리오씨가 1996년 암선고를 받고 죽음을
예감하며(1997년 1월 사망) 썼다는 "원자력 발전이 어떤 것인지 알기 바란다"는 편지가 원전의 실상을 극명하게 말해준다.
원전은 운전중의 위험이나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뿐 아니라, 수명을 다한 원자로 처리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 방사능
덩어리인 (수명이 다한)원전을 무리해서 폐로, 해체하려고 해도, 건설 당시의 몇배의 돈이 들지, 어떤 방법으로도 대량 피폭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등,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는 1981년 원래의 설계수명 10년을
맞았는데, 폐로할 방법이 없어 40년째 연장해서 쓰다가 결국 폭발로 마지막을 맞은 것이다.
원전 의존 줄이는 지속가능
에너지정책을
정부는 무엇보다 현재 가동중인 모든 원전에 대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투명한 정보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리고 '밀실 모험주의'에 다름 아닌 원전 확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급 위주가
아닌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를 줄이고,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원전의존도를 낮춰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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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내용을 가져왔습니다.
원 기사의 링크 주소는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sid=E&tid=8&nnum=598598 입니다.
핵발전(흔히 원자력 발전이라고 약화시켜 표현하는)이 에너지의 대안은 아니리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번 후쿠시마 사고가 너무나 커서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안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태양광발전이나 파시브하우스가 여전히 힘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더 어두운 미래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상념에 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