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지식의 나무"
2009.11.30 01:23
수업준비를 하다 보니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지식의 나무"를 다시 또 보게 됩니다.
그 전에 놓쳤던 좋은 자료가 있어서 여기에 소개해 놓습니다.
자체생성성이론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와 상세한 참고문헌을 정리해 놓은 사이트가 있습니다.
http://www710.univ-lyon1.fr/~jmathon/autopoesis/ATDefs.html
http://www710.univ-lyon1.fr/~jmathon/autopoesis/ReadingPlan.html
http://www710.univ-lyon1.fr/~jmathon/autopoesis/Bib.html
또 "지식의 나무"의 핵심 내용을 노트로 만들어 요약해 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scribd.com/doc/11543490/Maturana-Varela-The-Tree-of-Knowledge-Notes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야콥 폰 윅스퀼(1864-1944)인데요.
http://en.wikipedia.org/wiki/Jakob_von_Uexkuell
한겨레신문에 돈키호테를 논의하는 글에서 윅스퀼 얘기가 쉽게 소개되어 있어 가져옵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64159.html )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독일의 생물학자 야코프 폰 윅스퀼은 오랫동안 동물의 행동에 대해 연구한 끝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스스로 하나의 ‘가상세계’를 구성하여 산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의 〈생물에서 본 세계〉에 실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빠르게 움직이는 버들붕어는 어떤 영상을 1초에 30회 이상 보여주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한다. 반대로 달팽이는 1초에 3회 이하로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의 움직임만 알아볼 수 있고, 1초에 4회 이상 움직이는 물체는 고정된 것으로 본다. 때문에 버들붕어가 어린 송사리를 잡아먹는 것을 달팽이는 보지 못하고, 달팽이가 배춧잎을 갉아먹는 것도 버들붕어는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 일들이 서로의 눈앞에서 벌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또 배추흰나비는 빨강색은 보지 못한다. 단지 노랑색에서 자외색까지를 본다. 그러나 호랑나비는 빨강색부터 자외색까지를 모두 인식한다. 따라서 6월의 정원을 날아다니는 호랑나비에게는 노란 장미와 빨간 장미가 피어 있다는 것이 ‘참’이지만, 함께 어우러져 날고 있는 배추흰나비에게는 노란 장미만이 있다는 것이 ‘참’이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윅스퀼이 내린 결론은 단순하지만 놀랍다. 세상에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파악되는 하나의 ‘객관적 세계’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오직 각각의 생물체가 구성하는 다양한 가상세계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윅스퀼은 이런 가상세계를 ‘환경세계’라고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환경세계들 사이에는 어느 것이 ‘참’이거나 ‘거짓’이라고 판단할 기준이 전혀 없다. 따라서 각자의 인식은 그가 구성한 환경세계에 의한 해석일 뿐이다. 이를테면 들녘에 만발한 꽃은 아름다운 장식을 만들려는 소녀의 환경세계에서는 하나의 장식품이다. 하지만 꽃줄기를 이용하여 꽃 속에 있는 먹이들에게로 가려는 개미의 환경세계에서는 길이고, 꽃을 뜯어먹는 소의 환경세계에서는 먹이다. 오늘날 이런 생각은 인지생물학자인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그의 동료들에게로 이어졌다. 그들도 ‘인지’는 주어진 외부 세계를 우리의 정신 안에 그대로 그려내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 스스로의 삶에 적합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놓는 작업’이라고 했다. 요컨대 우리는 모두 인지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 뿐만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삶이 다시 우리의 인지를 만든다. 순환한다는 말이다. 곧 우리는 ‘그렇게’ 인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며 살고, 또 ‘그렇게’ 행동하며 살기 때문에 ‘그렇게’ 인지한다. 이 말을 마투라나는 “무릇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라고 표현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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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2009.12.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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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2009.12.04 16:26
ㅋ 역시 바지런한 그러게요님이 얼른 좋은 정보를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제가 수업 준비를 위해 본 자료도 Semiotica 2001년 특집호에 500여 쪽 분량으로 40여편의 논문이 있는 것이었답니다.
그 중 맨 처음에 있는 소개 논문을 참고를 위해 첨부해 놓습니다.
작년에 들뢰즈-가타리의 [천의 고원]을 한국어로 번역한 김재인 선생이 [철학논구]에 "들뢰즈의 스피노자 연구에서 윅스퀼의 위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교수신문에는 이 논문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논평이 실리기도 했지만, 유익한 자료라 생각됩니다. 역시 첨부해 놓습니다.
[떡갈나무 바라보기]는 어떤 책인지 좀 궁금해집니다. 부제가 "동물들의 눈으로 본 세상"이네요. 그런데 옮긴 이가 '후박나무'로 되어 있더라구요. 마침 도서관에 가려던 참인데, 이 책 빌려올 생각입니다. 이쁘다니... 더더욱...^^
윅스퀼의 움벨트 이론은 Biosemiotics 와 Ecosemiotics 분야의 바탕이라고 들었습니다.
Biosemiotics 혹은 Sign System Studies 혹은 Semiotica 등의 저널에서 주로 다루는듯...
참, <떡갈나무 바라보기>(주디스콜, 허버트콜 지음, 이승숙 옮김, 2002, 사계절)라는 책이 있는데,
윅스퀼의 움벨트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하더라구요.
껍데기도 이쁘고 무엇보다도 얇습니다요. 재미도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