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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현실에 발 딛은 정의"

2010.11.12 17:41

눈사람 조회 수:1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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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녹색평론115호에 하승수소장님(투명사회를위헌정보공개센터 소장) 글을 읽고 씁니다.

"현실에 딛은 정의"라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쓰고 있어요.


"나는 '정의'라는 말을 좋아한다. '정의' 여전히 소중한 가치가 있는 말이다. 그리고 '정의'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복잡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의는 소박한 것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이 정의이다. 혼자 잘살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무한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고 공존하는 사회,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있는 기회를 갖는 사회, 돈과 권력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돈과 권력을 제어할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의이다."


제목을 저렇게 잡은 것은 요즘 많은 '정의' 현실에 딛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서두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얘기도 하는데, 책에 대한 열풍 때문에 안읽고 버티다가

'정의' 주제로 청탁이 들어와서 안읽어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못읽는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표지에 저자 사진이 크게 하니 올라 있는데다가 우리 정서상 베스트셀러라면 거부감이 들어서 안읽었지요.


하승수소장님의 뤼뷰에 따르면 책은 하버드대에서 강좌를 바탕으로 것이고, 쉽지도 않고 술술읽히는 책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팔렸을까 의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업에서 질문과 논쟁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사례들이

많은데, 그 한 예가 '철로를 이탈한 전차'입니다. 철로를 이탈한 전차가 달려오고 있는데 철로 위에 다섯 사람이 있고 

차는 멈출 수가 없고, 자신의 옆에 아주 덩치 사람이 있어서 사람을 밀어 철로에 떨어뜨리면 차를 막을 있을

같고, 자신은 체중이 작아서 뛰어내려도 차를 멈출 없는 상황. 덩치 사람을 밀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등등...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사례가 많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내용이 '지적 유희' 가깝고, 저자나 독자가 처한 현실에서의 정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술이나 밥을 먹으면서 나눌 수는 있지만, 그게 현실의 정의에 대해서는 비껴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승수소장이 드는 다른 책이, 호이나키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입니다.

사람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도미니크수도회에 들어가서 사목활동을 하기도 하고,  이반 일리치와 같이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하기도 하다가, 나이 사십에 미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박사학위 과정에 들어간다. 

그러나 박사논문을 작성하던 중에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대와 미국사회에 만연한 불의와 부도덕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가족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자발적인 망명을 한다. 그랬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박사학위를 받고, 일리노이주에 있는 

생거먼주립대학이라는 실험적인 대학의 교수가 된다. 그곳에서 7년을 근무하고 정년보장 교수가 된 직후에 대학을 그만두고 

시골로 가 농부가 되었다."라고 합니다. 하승수소장의 뤼뷰에 따르면 그는 항상 자신의 처한 그곳에서 정의에 대해 질문을 

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글을 보다가, 또 '정의'라는 말을 보면 항상 그렇지만 아마티야 센이라는 인도 경제학자가 떠올랐습니다.

책 내용은 너무 어렵고 섬세해서 생각도 안나지만, capacity 하나는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처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능력, 역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의 아이가 부자집 아이보다 공부를 더 잘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죠. 그래서 어려운 집의 아이에게 장학금도 줘야 하고,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생활비, 의료비, 문화생활비 등등을 제공해야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 그나마 처지의 차이가 좁혀지고 기회가 비슷해진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같은데, 센의 책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생각을 했었더랬어요.

샌델의 이 책이 선풍을 일으키는 와중에 얼마전에 아마티야 센의 인터뷰가 신문에 실린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는 정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이 정의가 아닌가하는 것은 분명히 안다고 했습니다.


아직 [정의란 무엇인가]를 안 읽어봤지만, 하승수소장님의 글을 보니 센델이 제시하는 도덕적 딜레마라는 것이 뭐랄까 결정 혹은

선택을 내려야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복잡한 실제 사례를 제시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자잘한 배경조건은 다 없애고 가정의 가정을 한 후 만드는 '이론적인 문제'같다고나 할까요.

마치 정책결정권자가 책상에 앉아서, 자~ 누구를 잘라낼까~ 결정해야하는 것처럼 말이죠.

'정의'라는 것은 하승수소장님의 글에 나오기도 하는 '상식'으로 바꿔 말해도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읽어보기도 전에 샌델의 책에 대해 편견이 생겨버린 것 같은데,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녹색평론을 받아본 10년이 돼갑니다. 부끄럽게도 오자마자 책꽂이에 얌전히 모셔다 놨는데, 요즘엔 시국이 하수상해서

그런지 자꾸 손이 가네요. 이번에는 하승수소장님의 이 글이 번째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번째는 배병삼교수(영산대, 정치사상) 

"덕이란 무엇인가"~ 요순, 삼강, 오륜, 충 등등 중국고대정치사상에 대한 재미난 얘기가 녹색평론에 실리고 있습니다.

악용 사례도 소개하고, 오해도 푸는~


배병삼샘의 글을 보면 춘추전국시대의 얘기를 하면서 인간이 짐승과 무엇이 다른가를 근본적으로 따져봐야할 만큼

시절이 참혹했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이 이슈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요즘이 '정의' 없는 시대라

이렇게들 '정의' 대해서 말이 많은 것처럼 말이지요. 잘 모르겠지만, '정의'와 '덕'이 왠지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병삼샘의 글 중에 [순자], '강국'편의 글 하나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힘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도덕의 힘이요, 둘째는 폭력의 힘이며, 셋째는 미친 힘이다."


배병삼샘은 순자가 도덕을 힘으로 본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기꺼워서 진심으로 오고 싶도록 유도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고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한테 저절로 끌리게 

된다는 거죠. 자신을 비우고 낮추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배려할 수록 그 힘은 더 커진다면서, 태풍과 진공청소기의 예를 듭니다.

'덕'이 바탕을 두는 것이 바로 상식이고 정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말 그대로 '상식적'이지 않다면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장기적으로 지지를 받기 어려울 테니까요.

 

요즘 판을 치면서 우리를 휘두르는 힘은 어떤 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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