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의학상과 노벨물리학상
2015.10.08 05:16
노벨상의 계절입니다.
이번 노벨의학상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처럼, 전체 상금의 1/2을 받는 투여우여우(屠呦呦) 선생은 박사학위도 없고 외국에도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중국의 전통의학 연구자입니다. (이름표기가 좀 헷갈립니다. 屠呦呦는 병음표기로 Tu Yōuyōu (투 여우여우)인데, 신문기사들은 대개 '투 유유'라고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어느 게 맞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아무래도 '투 여우여우'가 맞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말라리아나 가축의 기생충처럼 별로 인기가 높지 않고 연구비가 모이지 않는 연구주제에 노벨상이 주어졌다는 것이겠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나 강변실명증이나 림프부종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대개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한 나라의 일인지라 이를 위한 전문적인 과학연구가 매우 적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벨 의학상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과학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것이라고들 합니다.
조금 다른 차원이지만 중국 전통의학도 새로 주목을 받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엉뚱한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지난 1~2월에 "길담서원 과학콘서트"에서 19세기에 말라리아의 특효약으로 많이 사용되던 기나 나무(quina / cinchona)와 거기에서 추출한 퀴닌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려던 과정에서 모브 염색도료가 발견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히 더운 중국 지역에서 말라리아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뺏어가는 심각한 병이었고, 안데스 산맥에서 자라는 기나 나무로는 치료가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1972년 무렵에 투여우여우 선생이 개사철쑥(Artemisia annua )에서 아르테미시닌(青蒿素)을 추출하게 된 것은 대단한 성과였습니다. 1960년대에 중국의 저우언라이(주은래)와 베트남의 호치민이 베트남과 중국에서 골치덩어리였던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공동으로 찾아보자고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우언라이의 뒤를 이은 마오쩌둥은 '프로젝트 523'이라는 연구팀을 만들어서 말라리아 치료약을 만들 것을 지시했고, 온갖 방법을 찾다가 4세기 중엽에 쓰인 갈홍의 책 肘后备急方을 참조하여 정말 어렵게 이 성분을 얻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전세계에서 가져온 24만여 가지의 생화학 물질들을 다 조사했고, 투여우여우 선생의 노트 기록만으로도 640여 가지 처방을 일일이 기록했습니다. 2천 가지 이상의 약초를 연구하고 또 380여 가지의 성분을 일일이 마우스에 실험했습니다.
그러다가 갈홍의 책을 비롯한 전통의학서들에서 말라리아에 효능이 있다고 말하는 개사철쑥(青蒿)에서 드디어 청화소(아르테미시닌)를 추출했고, 마우스와 원숭이에게 시험해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해야 했는데, 투여우여우는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제가 가장 먼저 임상실험의 대상이 되겠습니다."라고 자원했다고 합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과학동아의 해설기사가 괜찮은 편입니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8285
한겨레신문 오철우 기자의 다음 해설 기사가 유익합니다.
한겨레신문 오철우 기자의 다음 해설 기사가 유익합니다.
http://scienceon.hani.co.kr/326747
노벨화학상에 터키 사람이 포함되어 있어서 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입니다. 파묵에 이어 터키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게 두 번째인데 노벨문학상과는 또 성격이 달라서 화제를 모으나 봅니다.
노벨물리학상에 대해서는 아래 글이 상세하게 잘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30248
조금 다른 성격의 기사이지만,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 실린 기사는 말라리아나 다른 기생충에 의한 병들의 역사와 더불어 왜 이번 노벨의학상이 큰 의미를 갖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30248
조금 다른 성격의 기사이지만,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 실린 기사는 말라리아나 다른 기생충에 의한 병들의 역사와 더불어 왜 이번 노벨의학상이 큰 의미를 갖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노벨화학상에 터키 사람이 포함되어 있어서 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입니다. 파묵에 이어 터키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게 두 번째인데 노벨문학상과는 또 성격이 달라서 화제를 모으나 봅니다.
노벨상은 확실히 정치적인 색깔이 참 강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과학 분야에서의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상이기도 해서 이야기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연님, 반가워요!!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투여우여우 여사의 이야기는 감동적입니다.... 두마리여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