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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 프레시안에 전대호 시인의 글이 올라왔네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라는 책에서도 인식과 주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 글을 읽고나니 '주체'라는 말을 아무데나 쓰기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당.

앞 부분만 옮겨왔습니다. 계속 궁금하시면 다음 링크를 누르시길...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3097

 

서양을 물리친, 한국 '고유'의 주체성이란 가능한가?: 항상 이미 서로이며 홀로인] 김상봉의 <서로주체성의 이념>에 응답함 , 전대호 번역가·시인   

1.
철학에서 주체는 얼마나 중요할까?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적어도 칸트에서 헤겔까지 이어지는 독일 고전철학을 자기 생각의 바탕에 깐 사람이라면, 주체란 철학 전체가 응축된 블랙홀과 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헤겔은 참된 것을 주체로 파악하고 진술하는 일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했다. 대체 주체가 무엇이기에 철학의 전부라 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일까? 비유를 들자면, 철학에서 주체는 기독교에서 구원, 불교에서 불성만큼 중요하다. 그런 주체를 새롭게 규명하여 기존 이론을 능가하는 새로운 주체 이론을 세우려는 시도라면, 김상봉의 <서로주체성의 이념>(길 펴냄)이 얼마나 큰 기획인지 능히 짐작이 갈 것이다. 내가 출판된 지 7년이 다 되어가는 이 책을 새삼 거론하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김상봉은 서양 대 한국이라는 전통적인 대립 구도를 떳떳이 바탕에 깐다. 숱한 이들이 촌스럽다며 외면하고, 또 숱한 이들이 친숙한 옛 가락을 떠올리며 젓가락 장단을 준비할 줄 뻔히 알 텐데, 그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이 낡은 멍석을 펼친다. 그는 서양 철학을 극복하고 그것과 다른 한국 철학을 세우고자 한다. 한국인에게 맞는 주체 철학을 세움으로써 심지어 예속과 수동성에 사로잡힌 한국 역사를 타개하고 민족의 주체성을 회복시키고야 말겠다는 결의마저 내비친다.

 

바로 이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술자리에서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던(지금도 틀림없이 나오고 있을) 그것. 그럼에도 서양 언어들이 지배하는 철학 강의실에서는 죽은 듯 움츠러들던 그것. 예속된 역사 앞에서 느끼는 참담함, 우리의 사상을 갖고 싶은 욕망, 주체다운 삶을 향한 열정이다. 그러니 <서로주체성의 이념>은 이 땅에서 철학하기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하는 두 번째 이유다.

 

이처럼 거대하고 새로운 일을 감행하다 보니 김상봉이 짊어진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는 1)서양과 한국을 구분해야 하고, 2)서양의 주체성을 비판하고 극복해야 하며, 3)한국 고유의 서로주체성 이론을 세워야 하고, 4)한국에서 “참된 자유와 주체성을 실현”(165쪽)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제들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서로주체성의 이념>의 몫이 아니다. 이 책은 과제들을 열거하고 해결의 단초로 “서로주체성”이라는 이념을 제시할 뿐이다. 하지만 김상봉은 이를 “밑그림”(311쪽)으로 삼아 완전한 “철학체계”(300쪽)를 구성할 작정이다. 그러고 보니 책의 부제 “철학의 혁신을 위한 서론”에 붙은 “서론”이라는 표현이 벌써 본론을 예고한다.

 

본론의 완성 여부를 떠나서, 이런 기백을 지금 이 땅의 철학계에서 목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축복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원칙 아래 굳건히 웅크린 기득권 철학교수들 사이에서 김상봉은 단연 발군이다.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가능하다면, 주체라는 미로에 단기필마로 뛰어든 그를 돕고 싶다.

 

그래서 나는 비판의 날을 벼린다. 주체로 사는 우리 각자의 삶에서 늘 증명되듯이, 최고의 도움은 비판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주체에 대해서 가진 생각이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가 드러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또 다른 ‘나’들이 개입하여 더 많은 균열과 다양성을 추가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그리는 주체의 그림을 더 참되고 온전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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