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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뇌과학 관련된 책 몇 권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요즘 출판계에서는 '뇌'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많이 팔린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습니다. 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면 "뇌과학"이 들어간 것만도 200권 이상이고, "뇌"만 가지고 검색하면 2천권이 넘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제대로 된(?) 뇌과학을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당신의 뇌를 경영하라", "뇌의 배신 - 생각을 멈추면 깨어나는",  "0~3세 뇌 발달 놀이 - 아기 두뇌 발달을 위한 놀이코칭",  "뇌를 훔치는 사람들 - 누군가 당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뇌, 생각의 출현 -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등과 같이 깊이 있는 접근보다는 자기개발서나 생활도서 같은 것이 많습니다. 물론 이 책들이 쓸모없다거나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가령 박문호나 김대식 같은 분은 그 방면의 전문가이고,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최신의 연구성과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들에서는 뭔가 부족한 면도 많이 느껴집니다.

조금 더 들어가서 뇌과학이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책이나, 최신의 첨단 뇌과학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뇌과학은 2년마다 두 배로 껑충껑충 새로운 것이 밝혀질 만큼 요즘 가장 뜨거운 분야의 과학입니다. 불과 20년 전에 이야기하던 내용들이 지금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진 것도 많습니다.

제 자신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은 마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소개해 드리는 목록도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편향이 되어 있습니다. 일단 사심 가득한 목록을 적어 보겠습니다.



이 책은 edge.org라는 사이트를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제3의 문화를 지향하는 미국 지식인들의 모임에 기반을 둔 대담집(이라기보다는 글 모음과 그에 대한 논평)입니다. 엣지에서 다루어진 여러 내용들 중에서 마음과 관련된 것만 모아서 편집한 것이죠. 브록만이 편집한 책들이 제법 많습니다.


브리태니커는 백과사전을 넘어서 이런 종류의 책들을 잘 편집하고 있습니다. 표준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데 사전 같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다마지오는 뇌전문의이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종류의 신경과학이론을 제안하고 있는 신경과학자입니다.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스피노자의 일원론적 접근을 중시 여기고 있습니다.


신 경학자가 쓴 대중적 저서인데 생각보다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는 제가 읽은 영문 책은 얇은 페이퍼맥 문고판으로 길에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느낌이었는데, 한국어 번역판은 뚱뚱한 양장본이라 왠지 서가에 꽂아놓고 책상머리에 정자세로 앉아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엄숙함이 느껴집니다. 내용도 풍부하지만, 저자인 르두가 나름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친절하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훌륭한 책입니다.


이 책은 제가 읽어보지 못했는데, 저자가 널리 알려진 신경과학자이고, 여러 사람들이 호평을 하고 있어서 한번 꼼꼼하게 읽어볼만한 좋은 책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원저가 옥스퍼드대학출판사에서 나왔고 독자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전문가들을 겨냥하고 있어서, 내용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이 나온 것 자체가 인상적일 정도입니다. '코그닛'이란 특이한 개념을 사용하는데,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A cognit is an item of knowledge about the world, the self, or the relations between them. Its network structure is made up of elementary representations of perception or action that have been associated with one another by learning or past experience."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뇌 과학 전반에 대한 철학적, 생물학적, 법학적 문제를 다룬 글 모음입니다. 원래 두 번의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모아 놓은 것인데, 일반적인 독자들을 위해 많이 내용을 줄이고 순화시켰다고 되어 있습니다. 번역자인 저로서는 다른 책들보다 유용한 점이 많다고 생각되는데, 의외로 많이 읽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원제는 "신경과학의 철학적 기초"입니다. 실상은 학술대회에서 널리 알려진 심리철학자들을 비판했던 신경과학자들이 그 비판을 모아서 정리한 책입니다. 심리철학의 정설들을 반박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처칠랜드는 마음을 뇌와 신경의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철학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신경과학에 대해서도 정통해 있는 철학자라서 여러 모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 책 모두 아주 흥미롭습니다.



가자니가의 책이나 국내학자들이 모여 만든 신경인문학연구회의 책 모두 뇌과학의 윤리의 문제를 다룹니다. 법적인 문제들도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알 바 노에는 요즘 상당히 잘 나가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에 있는 철학자입니다. 철학적 현상학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 뇌과학에 정통해 있기도 합니다. 부제가 말해 주는 것처럼 인간 자신을 뇌나 신경과 동일시하는 접근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결국 뇌나 신경도 외부에 대한 작용과 외부로부터의 감각이 없이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뇌 과학에 대한 철학적 논의로 중요한 문제들을 대체로 다 다루고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면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폭넓은 인터뷰, 다양한 실례를 들어 재미읽게 읽을 수 있으며, 질문- 성찰 - 결론이라는 구성을 취해 제기된 문제를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철학적으로 바라본 인간상과 신경과학에서 바라본 인간상이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양자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고픈 이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왜 품절이 되었는지 아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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