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토피아
2012.12.28 01:21
"에코토피아"라는 소설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어 보입니다. 1975년에 출판된 이 소설이 쉽게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당시에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사에서 과학 부분 책을 담당하고 있던 어니스트 캘런바크는 3년 동안 이 소설을 썼는데, 막상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이 책을 출판해 주지 않았고, 원고는 그대로 서랍 속에 묻힐 뻔 했습니다. 캘런바크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초판 1쇄는 2500부를 찍었다고 합니다. 예상 밖으로 책이 관심을 끌면서, 다시 2쇄를 찍었고, 그 뒤에야 Bantam 출판사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목에서는 뭔가 교훈적이고 익숙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고, 특히 1970년대가 아닌 21세기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많은 것이 실현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 같은데, 저자 자신은 이 소설을 러브스토리라고 합니다. 뉴욕타임즈 2008년 12월 14일자에 실린 기사 "The Novel That Predicted Portland"에서는 지금의 포틀랜드는 이미 에코토피아에서 말하는 세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이래 독일 녹색당 운동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미국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필독서로 널리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소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었다는 데 있다고도 합니다.
윌 웨스턴이라는 이름의 기자(타임즈-포스트 신문)가 1999년(책이 발간된 시점에서 보면 25년 뒤)에 처음으로 에코토피아에 가서 그 곳의 사정을 기사로 전하게 됩니다. 기사와 더불어 웨스턴의 일기가 함께 진행되면서, 기사와 일기가 서로 맞물려 흥미를 돋우고 있습니다.
에코토피아라는 곳에서는 가솔린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자동차가 일상이 되어 있고, 태양 에너지가 가장 널리 사용되며, 유기농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국내에 그리 많이 소개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위키피디어 링크를 올려 놓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Ecotopia
http://en.wikipedia.org/wiki/Ernest_Callenbach
캘런바크에 대해 더 상세한 내용은 http://www.ernestcallenbach.com이 좋습니다.
"에코토피아 비긴스"의 저자소개에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로서 환경 고전이자 문제작인 『에코토피아ecotopia』(1975)를 썼다. 거의 100만 권이 팔려나간 이 소설로
생태주의적 이상향인 ‘에코토피아’라는 새로운 개념이 알려졌다. 중부 펜실베니아의 전원지역에서 성장하였으며,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을 졸업하였다. 1954년부터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살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에서 과학과 예술, 영화에 관련된 책들을 편집했다.
이
밖에 대표 저서로 『버펄로를 찾아와라! Bring Back the Buffalo!』,『우아하고 쉽게 살아가기 Living
Cheaply With Style』, 『생태학 개념어 사전 Ecology: A Pocket Guide』, 『에코토피아 비긴스
Ecotopia Emerging』가 있다. 현재 79세인 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살면서 글쓰기와 환경 관련 강연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두 개의 퇴비 통에 직접 만든 비료로 정원을 가꾸고 산책을 즐기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다.
검색해 보니 올해 4월에 더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가령 뉴욕타임즈)
"에코토피아"를 검색하니까, "8당은 에코토피아"(http://8dang.jinbo.net/)가 많이 잡히네요. 2010년 뜨거웠던 여름의 모습을 봄날님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죠.
캘런바크의 강연 둘을 첨부해 둡니다. 하나는 2009년에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칼-슈어츠-하우스에서 한 강연 원고(FROM CAPITALISM TO ECOTOPIA: A Successionist Manifesto)이고, 다른 하나는 2006년에 일본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강연 원고(30 YEARS OF ECOTOPIA)입니다.
- A ’70s Cult Novel Is Relevant Again - NYTimes.pdf
- callenbach-30 years of ecotopia.pdf
- callenbach-from capitalism to ecotopia.pdf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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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2012.12.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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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2.12.29 18:27
소설 에코토피아에서 그려지는 세계에서는 고급의 첨단기술들이 하나도 배척되지 않는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지난 번 모임에서 제 고민이 그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첨단기술과 녹색문명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 에코토피아에 그려지는 세계가 이상적이라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겠죠. 단지 캘런버크라는 사람의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일테니까요. 그래도 소설은 원래 '가능성' 내지 '개연성'만을 보여줘도 성공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과학소설이라면 말이죠. ^^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유토피아"를 쓸 무렵을 돌이켜 본다면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없던 시절이죠.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이 출판된 것이 1543년이니까,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 속에서 기독교와 왕정이 지배하던 세상이었습니다. "천 일의 앤"의 동시대 인물로서 유토피아에 '에코'를 붙일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았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어니스트 캘런버크에 관한 위키피디어 서술에 보면 '에코토피아'라는 말이 캘런버크의 소설 덕분에 널리 퍼지긴 했지만, 처음 이 말을 사용한 것은 민속지학자 E. L. Anderson이라고 나옵니다. ( http://katienbici.wordpress.com/2008/01/19/ecotopia/ 참고)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인류학과 명예교수인 Eugene L. Anderson은 인류학이 환경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30년 넘게 활발하게 학문을 해 온 분인 것 같습니다. (http://www.krazykioti.com )
Anderson, Eugene N. 1969. ‘The Life and Culture of Ecotopia’, in D. Hymes (ed.), Reinventing Anthropology (New York: Vintage Books): 264-83.
2010년에 나온 앤더스의 책에 대한 서평이 있어서 첨부파일로 올려 놓습니다.
잘 읽었어요. 소개글을 보니 더 읽고 싶어지는. 전 e북으로 살까 생각 중이었는데.. 책은 역시 종이책이 제 맛이죠?! ^^ 언제 한번 유토피아를 주제로 발표해보면 좋겠네요. 언제부터 유토피아에 에코가 들러붙었을까요? 모든 것에 에코가 들러붙을 때 유토피아도 에코의 짐을 짊어지게 된 걸까요? 지구가 행복하면 인간도 행복할까요? 아.. 유치한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