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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핵융합 발전에 관하여

2012.01.20 18:35

自硏 自然 조회 수:14295

다음은 이모작님이 자유게시판에 올리신 내용과 질문입니다.


**************

제가 이해하는 핵융합 발전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핵융합발전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서로 결합해 헬륨처럼 좀 더 무거운 원소를 형성하게 되며, 이때 생긴 질량 결손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방식이다.

핵 융합은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을 결합시켜서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핵융합이 일어나기 전 원자핵의 질량의 합보다 핵융합 뒤에 만들어진 원자핵의 질량의 합이 더 작다. 이렇게 핵융합도 핵분열처럼 질량 차이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중 수소나 삼중수소 등과 같은 연료 가스를 가열하면 플라스마라고 하는 전기를 띤 기체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초고온 상태로 만들고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둬 둘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고온의 플라스마를 용기 안에 가두는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장치가 도넛 모양의 자기 그릇인 토카막이다. 토카막은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안의 플라스마에 토로이드 전자석으로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 내부에 강한 전류를 흐르게 한다. 이 전류에 의해 작은 원주 방향의 자기장을 만들어 두 자기장을 합성하면,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핵융합발전이 상용화된다면 원료물질이 해수에 존재하는 중수소를 사용하므로 연료자원 확보 경쟁이 없고, 청정에너지로 화석 연료에서 생기는 산성비나 온실효과의 걱정이 없으며, 원자력발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핵무기 확산의 걱정이 전혀 없다. 태양은 대부분이 수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이 헬륨으로 바뀌면서 생긴 질량 차이로 인해 태양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즉 태양 에너지의 근원도 핵융합인 것이다 "

 

여기서 몇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1. 핵융합 과정에서는  방사선이 유출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한 에너지라 하는데 방사능 이외의 유해 물질은 발생하지 않나요?  태양의 경우에도 많은 종류의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데,  핵융합 발전의 경우 이것으로 인한  유해성 문제는 없나요?

 

2. 지난번 핵에너지 관련 토론 때  장회익 선생님께서는 핵융합을 대안으로 설정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 하셨는데, 그것의 구체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3. 핵융합 발전은  현재 많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2050년 경에 가서야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전망은 과학 기술적 관점에서 볼때  타당성이 있는 주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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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r-reactor-layout.jpgITER_2010.jpg

(ITER의 토카막

  그림 출처: 위 http://lifechurchstratford.blogspot.com/2010/09/fusion-energy.html

                 아래 http://www.fusion.kit.edu/85.php )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의 간단한 의견(대답이라기보다는)을 적어 볼까 합니다. 


1.  제가 알기로 핵융합 반응에서도 여러 가지 방사능 유출이 있습니다. 다만, 핵분열 반응의 산물들에 비하여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그보다 덜 유해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별) 핵융합 반응에서 최종 (또는 중간) 산물로 다량 방출되는 중성미자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중성미자가 미량이거나 상호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실제 핵융합 반응이 지구상에서 일어날 때에는 상당히 많은 중성미자가 방출되는데, 그 영향에 대한 연구는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성미자뿐 아니라 중성자가 더 큰 문제겠죠. 핵융합 반응의 산물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차분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조금 더 가벼운 수준에서는 핵융합 반응에서 사용되는 리튬이나 삼중수소로 인한 화재의 발생 위험 같은 것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위험은 수소폭탄과 같은 엄청난 대량살상무기로 이어질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핵분열 반응에 비해서 핵융합 반응이 덜 폭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큰 에너지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핵융합 발전소가 만들어진다면, 여러 모로 폭탄덩어리 같은 상황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플라즈마를 아주 좁은 영역에 초고온/초고압으로 가두어 놓아야 하는데, 태양 중심부 온도보다도 더 뜨거워진다고 하니까, 설령 몇십년 뒤에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위험한 발전소를 어디에 지을 것이며, 만약의 사고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비관적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2. 만일 손쉽게 핵융합 발전을 할 수 있고 위험성이 훨씬 적고 사실상의 대안이 없다면, 핵융합 발전으로 가야만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투입되는 에너지가 산출되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고, 지금의 문제는 더 많은 에너지의 생산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있고, 핵융합 발전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겠습니다. 특히 다른 대안들, 가령 태양광발전이나 풍력, 조력 등의 대안이 있는데, 방향을 핵융합으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만...  


흔히 핵융합 발전을 위해 필요한 중수(heavy water)가 바닷물에 있기 때문에 무진장한 에너지 자원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일 것입니다. 우선 그 비율이 0.015% 정도이고, 중수를 이용하기 위해 매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 중수가 생명체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usion_power

http://en.wikipedia.org/wiki/Deuterium#Natural_abundance

http://en.wikipedia.org/wiki/Heavy_water#Effect_on_biological_systems


3. 저는 핵융합 발전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소폭탄이라는 아주 분명한 성공(?) 사례가 있고, JET (Joint European Tokamak)에서 0.5초 정도라도 뭔가 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쉽게 말해 인공태양을 하나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해 내기 위해 필요한 과학과 공학의 능력은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일입니다.   


(In 1997, JET produced a peak of 16.1 MW of fusion power (65% of input power), with fusion power of over 10 MW sustained for over 0.5 seconds.)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피에르-질 드 제느가 한 유명한 얘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곧 태양을 상자 속에 넣는다는 것인데, 아주 멋진 생각이에요. 다만 문제는 그런 상자를 만들 수가 없다는 거죠." 


http://en.wikipedia.org/wiki/ITER#Criticism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앙투완과 르노의 [에너지 세계일주] (살림, 2011)에 대한 서평(링크) 제목이 "핵융합? 1초에 수천억 원 날리는 멍청한 짓!"인 것은 아주 적절한 지적이라 생각됩니다. 


기술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일이겠습니다. 2050년쯤 어쩌구 하는 얘기는 그나마 낙관적인 얘기일 터이구요. 2006년의 New Scientist의 한 기사에서는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비용의 문제로 보이기도 하는데, 제가 가진 느낌으로는,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을 더 전문가적인 견지에서 보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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