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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아카데미

11월 녹색문명 공부모임

  • 주제: "지금이 긴 터널의 시작이라면 우리는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
  • 일시: 2011년 11월 12일 토요일 2시 ~ 6시
  • 장소: 길담서원
  • 발표 및 사회: 최우석

모임 주제를 너무 거창하게 단 느낌이 있습니다만 제가 요사이 느끼고 있는 것을 곰곰이 정리해보니 저런 제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9월에 제가 발표를 하겠다고 냉큼 맡았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도 잘 정리가 안 되고 있는 중입니다. 해서 머뭇머뭇하다가 공지도 늦었는데요, 제 문제의식만 얼기설기 적어 공지글을 올려봅니다.

녹색문명공부모임을 매달 한 차례씩 해온 지도 꽤 여러 해 됩니다만 한참동안 크게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배우는 게 없지도 않은 지적 자극이 있는 친목 모임으로 운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 이상으로 갈 여력이 없기도 하고 특별히 불만이 있지도 않았던 셈이죠. 지적인 관심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사교 모임은 그 자체로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부담을 크게 지지 않는 만큼 치열함이 덜 했던 것도 사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부의 깊이도 충분치 않았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다분히 관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제게 들어오는 귀동냥 이야기들이 제가 안일하다고 자꾸 들추어 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요사이 김광수경제연구소의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데, 김광수 소장은 세계 경제의 앞날을 아주 어둡게 진단하고 있더군요. 경제에 어두워 강의를 들어도 그 요지를 잘 옮기지 못하겠지만요, 핵심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부동산 거품, 쌍둥이 적자 등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으며 이 충격은 일시적인 경기 하락이 아니라 장기적인 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겁니다. 김광수 소장은 앞으로 닥칠 경제붕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이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덜 고통스럽게 구제하기 위해 아주 절박한 심적으로 정치세력화를 하려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것은 몰라도 굉장히 심각하게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만큼은 절절하게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녹색문명공부모임에서 석유정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게 2009년이었습니다. 물론 석유정점 문제를 깊이 파고 들지는 않았고, '삶, 석유 이전과 이후'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석유가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내었는지를 여러 분야에 걸쳐 이해해보려고 했죠. 그렇게 잘 되었다고 하기 어렵지만요. 어쨌든 이 때 모임에서 2005년경 이미 전세계 석유생산의 정점이 지나갔다는 분석 결과를 접한 바 있습니다. 2008년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선을 위협했던 것을 돌이켜보며 우리는 '값싼 석유 시대의 종말'을 절감했죠. 하지만 그 뒤로 예리한 관심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올해 다시 100달러 이상의 상황이 1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현 시점에는 '값비싼 석유 시대의 개막'을 다소 둔감하고 담담하게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나타난 원자력의 위기 문제, 기후변화의 결과일지 모르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잦은 자연재해들, 올해 드디어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하게 되었다는 인구 증가 소식 ... 빈약하기 짝이 없는 공부로도 여러 가지 들려오는 소식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기나긴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듭니다. 작게 보면 깊고도 긴 장기 불황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일지도 모르고, 크게 보면 인류문명사 전체로 보아 아주 특수했던 한 시기, 유례가 없었던 폭발적 에너지 방출의 시기가 정점을 지나 하향 곡선에 이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거품의 붕괴, 에너지 가격과 곡물가의 앙등, 재해에 대처할 여력의 부족, 경제난과 실업, 양극화 등등 여러 가지 불안 요소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먼저 괴롭히게 될 겁니다. 물론 20대 80의 사회를 넘어, 1대 99의 사회로 가고 있다면 99%가 모두 고통을 지게 될 겁니다.

우리가 무슨 대단한 모임이 아니니 이런 예상되는 어려움 앞에 분연히 일어나 뭔가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정말 지금보다 여러 모로 어려운 시기가 온다면 우리 자신도 거기에서 비껴나 있기 어려울텐데 하다못해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 자신이라도 구제할 수 있으려면 현재의 문제와 앞으로 펼쳐질 일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적인 방향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라도 구제하고, 조금 더 되면 주변의 몇 사람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돕고, 조금 더 되면 다른 사람들을 조금 더 돕고 할 수 있으려면 이제 조금 더 부담있게, 그리고 조금 더 시의성 있는 공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면 무슨 공부를 하면 이 시대를 이해하는 눈이 더 열릴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전망할 수도 있겠는지 하는 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함께 상의를 해봐야겠죠. 저는 '에너지'에 대한 공부, 그리고 '에너지의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에 대한 공부,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우리 삶의 '에너지 구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까지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길기만 하고 두서 없는 공지글이 되고 있는데요, 일단 오늘은 이렇게까지만 제 문제의식을 적어보고 내일 더 짧고 핵심이 있게 글을 고쳐야겠네요. 어쨌든 이번 11월 모임에서 제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현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 인식에 따라 우리 녹색문명공부모임의 공부는 어떻게 해가야 하겠는지 하는 겁니다.

곧 생각을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고민을 해와주세요.

- 녹색아카데미 시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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