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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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2.06.11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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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2.06.11 09:14
아! 이정구씨 논문을 년초에 보고 새삼 놀란적이 있습니다. 마르크스 주의자들도 정말 예리하게 폴라니 비판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ㅎㅎ 이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거대한 변환이라는 말뜻이 이제 유효성을 상실한 건 아닌가 하는 회의는 당연히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파국을 추동할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계급의 구도속에서 구해진다는것은 여전히 편파적인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에 대한 갈망이, 장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시는 문화적 힘이겠죠.
저는 그 에너지가 칼폴라니한테서 구해질 수 없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문화전반의 종교적 힘에서 구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이 논문은 제가 발제를 준비하면서 계속 신경이 쓰이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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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2.06.11 19:04
http://www.left21.com/article/6785 요것도 참고해주세요~ 이정구씨 글에 한 대학원생이 반박한 글과 다시 이정구 선생님이 해명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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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쏭
2012.06.13 11:50
아니 벌써~
공지를 올리셨네요.
와! 뜨거운 7월이 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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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2.06.18 13:21
박인구님이 올려놓은 발제문을 보면서 진작 쓰려던 것을 이제야 몇 자 적어봅니다. 마침 지난 4월에 독일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Müdigkeitsgesellschaft)를 흥미롭게 본 터라, 칼 폴라니와 한병철을 연결시켜 보려는 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병철이 말하는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규율사회] ===> [성과사회] ---> [피로사회]가 되는데, 규율사회에서는 "~해서는 안 된다"라는 금지와 부정이 중심이었다면, 성과사회는 끊임없이 긍정하면서 "예스 위 캔"이라고 말하는 사회입니다. 금지와 명령과 법률 대신 프로젝트,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이 성과사회는 피로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병철은 21세기의 질병은 면역성이 아니고 신경성이라고 지적합니다.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나 변형 프리온 같은 것이 침투하면 면역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막아내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그러나 나와 남(타자)을 구별하는 면역학적 패러다임은 이제 점점 더 신경성 폭력와 긍정의 과잉으로 바뀌어 가고, 성과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고독한 피로 속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피로사회'는 역설적으로 피곤하지 않은 사회로 제시됩니다. 노동하는 손, 움켜쥐는 손이 아니라 놀이하는 손이 중심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페터 한트케(Peter Handke)가 묘사하는 "탐욕도 없고 손에 움켜쥔 것도 없이 그저 놀이만이 있는 꼬마 녀석들의 노곤해져 가는 모습" 속에서 '탈진으로 모든 것을 앗아가는 피로' 대신 '영감을 주는 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피로',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미래사회의 대안이 됩니다. 막간의 시간(Zwischenzeit), 일이 없는 시간, 놀이의 시간, 평화의 시간, 무차별의 시간, 우애의 시간에 놓여 있는 피로한 사람의 길고 느린 시선에서는 "폭력과 싸움의 몸짓, 심지어 불친절한 행동마저도 이미 그 싹에서부터 부드럽게 가라앉히고 완화"시킨다는 한트케의 구절들이 칼 폴라니가 말하는 '녹색문명'과 통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아, 그런데.... 발제문에는 '한병철' 대신 '한병태'가 등장하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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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2.06.19 04:38
한병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주인공이었습니당..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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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2.06.19 15:51
ㅋㅎㅎ 저는 '한병태'가 '박인구'처럼 모종의 새로운 조어 내지 음차가 아닐까 상상도 해 봤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군요. ^^ 엄석대에 맞서는 화자('나')가 바로 한병태였네요.
독일어 위키피디어에서 한병철을 찾아보면, (http://de.wikipedia.org/wiki/Byung-Chul_Han ) 15권이나 되는 저서가 인상적입니다. 어느 서평인가를 보면,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얇고 가벼워서 더 좋다고 하더군요.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아주 그럴싸한 체계를 갖추어 이야기하기보다는 핵심을 찌르는 기본 개념과 그에 대한 아주 창조적인 설명이 그 글투의 멋진 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http://www.perlentaucher.de/buch/byung-chul-han/muedigkeitsgesellschaft.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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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쏭
2012.06.18 19:36
저도 발제문을 보았습니다.
일단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모임에서 "이게 무슨 뜻입니까?" 하는 질문을 계속 할 것 같습니다.
저처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설명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설명이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책이나 기타 자료를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저로서는(역시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논평으로 가기보다는
칼폴라니의 사상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실존에 대한 고찰로 끝을 맺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 부분이 발표의 중심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원래 칼 폴라니의 사상에서 실존 개념이 핵심인가요?
뭔가 시작과 끝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건 발제의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겠지요?
그럼 수고하세요.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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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2.06.19 04:23
늘.. 해피송님의 질문은 핵심을 관통하는거 같습니당...^^
일단 뜬금없이 '실존개념'을 넣은 것은 죄송하구요..ㅎㅎ
모임시간의 대부분의 내용은 우려하시는 것과 달리, 아마 '거대한 변환'의 인용구에 대한 '조직적인' 구조 해설이 될 것같습니다.
저 위에 이정구 선생님이 쓰신 논평은 칼폴라니의 허약한 부분을 살살살 찔러서, 무려한 칼폴라니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전히 저 역시 이정구 선생님의 비판 앞에 서면 무력해집니다.ㅠㅠ
하지만, 그에 비해 '거대한 변환'의 전체적인 구조혹은 조직을 살펴보면, 아주 근사하고 우아한 조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망은 아주 특이한 것인데,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그리고 구닥다리면서도 세련된 그런 느낌의 조망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경제 결정주의 VS 분화된 정치현상(파시즘,뉴딜정책,사회주의)>
<자유의 변태적 분화 VS 임베디드 소사이어티>
<자기 조정시장 VS 노동,토지,화폐의 발언권>
이 세가지 대립의 구조입니다.
요컨대 칼폴라니의 거대한 변환의 구조는 이 세가지 생각들의 '충돌'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폴라니는 물론, 전자의 생각들을 비판하고, 후자의 생각들을 옹호하는 입장인데,
이것을 단지 몇가지 사상들을 늘어놓고, 자기 생각을 옹호하는 사상가가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제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 세가지 갈등의 구조가 <매우 특이한 종합적 시야>를 확보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마르크스적 경제결정주의에서 완전히 독립함으로써, 폴라니는 좀더 포괄적 정치현상들의 해석의 틀을 제공합니다.
둘째, 자유주의자들의 신봉대상인 자기조절시장이라는 미적 상징을 거부함으로써, 좀더 고전적의미의 자연관을 밋밋함을 겸비한채 돌발적으로 획득합니다.
셋째, 파시즘의 열정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그리고 그것을 철학화 하는 사변속에 빠지지 않고, 하나의 사회 현상의 분류로 해석함으로써,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파시즘의 연결고리를 구성합니다.
이 세가지 성과는 '하나'의 종합성을 획득하는데, 그게 저에겐 매우 아름답게 보입니다.
마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같은 느낌? 중세의 딱딱한 갑옷위에 근세의 격한 정신병을 덧씨운 느낌?
그런 종합성이 느껴집니다.
해피송님이 걱정하시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칼폴라니의 거대한 변환 독해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제가 B.개념의 구조 챕터에 그려놓은 도식이 바로 제가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할 그림입니다.^^
미적 차원, 이념적 차원, 도덕적 차원의 구분은 제가 무리하게 분류한 것일 수도 있는데, 칼 폴라니의 멋진 궁전으로
들어가는 좋은 방법일거 같아서 넣어봤습니다.^^히히
그리고, '실존'개념은 한병철씨의 우울사회(피로사회에 자매품으로 넣은 글)에 깊이 감명받고 포착한 것인데요..
그건 저 아래에 설명해 놓을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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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2.06.28 05:45
칼폴라니와 관련하여 실존개념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 위에 첨부파일에 올려 놓았지요~~ 이거 쓰느라 밤샜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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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공부 많이 시키시네요.
근데 첨부파일은 못찾았어요.
발표 때 경청하겠습니다.
자연님이 링크해놓으신 프레시안 기사는
잘 읽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예습도 어느때보다 많이 했으니
흥미로운 발표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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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2.07.02 04:52
예, 저도 흥미로운 발표가 되리라 기대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도 happysong님처럼 첨부파일은 못 받았습니다. 에러메시지가 뜨는 것으로 봐서, 뭔가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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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2012.07.02 20:53
ㅋㅋ 기술적 문제 맞습니다!!! ㅎㅎ
지금 수정완료요~ 그리고 그날 새로운 손님이 한분 오실거 같네요...^^
발제문에 등장하는 사람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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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2.06.19 01:55
박인구님이 이제까지의 "녹색문명 공부모임"과 달리 미리 발제문을 올려놓아서 모임 때까지 이런저런 토론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임이 더 알찬 자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새로 번역한 홍기빈 박사의 강연(2009년)이 프레시안에 4회에 걸쳐 요약된 기획기사가 있습니다. 비교적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 책의 내용을 해설해 놓은 것이고, 직접 이 책을 새로 번역한 역자의 설명이기도 하기 때문에, 한번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1) 인간과 시장 "폴라니는 마르크스나 케인스 아류가 아니다"
(2) '자기조정시장' 개념의 탄생 "모든 빈민을 죽게 두라"… 자유주의의 탄생
(3) 자유주의 삼위일체와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 "19세기 유럽의 꿈은 어떻게 무너졌나"
(4) 복합사회에서의 자유 "1950년대 국제사회에서 시장경제 원리만 관철됐다면?"
프레시안은 가난한 인터넷 신문답게 온갖 안 좋은 광고들이 잔뜩 나와서 홈페이지에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링크를 걸 때에는 인쇄상태로 해 놓고 그 링크를 여기에 올려 놓았습니다. 위의 부제목을 클릭하시면 인쇄 직전의 대화창이 뜨는데, 그 창은 [취소]를 눌러 그냥 닫고 인터넷 상에서 기사를 읽으시면 됩니다.
종종 그 링크가 잘못되는 경우가 있어서, 예비 차원에서 프레시안 원문 링크 주소도 아래에 적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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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2.06.20 09:33
2009년에 새로 나온 한국어판에서 역자인 홍기빈은 '거대한 전환'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구성은 위에 링크를 올려 놓은 강연의 순서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1) 3장-5장: 자기조정시장은 19세기의 유토피아일 뿐이며, 인류 역사에서 시장경제는 줄곧 부수적이었다. 경제는 사회 과정에 묻어들어(embedded) 있다.(2) 6장-10장: 자기조정 시장경제라는 유토피아가 생기게 된 계기들(인간과 자연과 화폐가 모두 상품이라는 허구)(3) 11장-16장: 19세기 자기조정시장 체계의 정립과 '이중적 운동'구빈법 철폐, 금본위제 시행, 곡물법 철폐를 통한 자유무역.사회라는 실체가 등장. 인간 존재의 핵심은 국가도, 기계도, 시장도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실제로 관계를 맺는 사회.(4) 17장-20장, 1장-2장: 19세기-20세기의 거대한 전환 과정지구적 시장자본주의의 성립: 자유주의적 국내정부, 자기조정 시장, 국제 금본위제, 세력 균형 체제제국주의와 세계대전의 파국(5) 21장: 대안. 자유를 실현하는 사회주의한 마디로 말한다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현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리라는 생각은 19세기에 만들어진 유토피아일 뿐이며, 인간의 노동도, 토지도, 심지어 화폐도 상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자기조정 시장의 환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잘못된 것인지를 조곤조곤 따지고 있는 것이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인 셈이겠습니다.사회주의 또는 케인즈주의(정부의 적극적 개입)와 (신)자유주의(자기조정 시장 메커니즘)라는 두 편향 사이에서 칼 폴라니가 제시하는 사회 속의 경제의 모습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
自硏 自然
2012.06.25 04:37
칼 폴라니의 멋진 초상화가 추가되었네요. ^^
자주 나오는 아래 사진보다도 이 초상화가 더 멋져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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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모임 발표와 토론 녹취록입니다. 8월 모임 전에는 올리려고 했는데 좀 늦어버렸습니다. 녹취를 풀다보니, 거대한 전환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뒤늦게. 마치 비평을 보고나서야 원작이 궁금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녹취를 풀다가 몇 가지 찾아보는 중에 발견한 글을 여기 올립니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http://css.snu.ac.kr)의 집담회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 090308_사과연_폴라니_발표_전문[1].pdf (568.5 KB) (http://css.snu.ac.kr/bbs/view.php?id=db_col&page=3&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7)
벌써 13쪽 분량의 발제문까지 올려 놓으셨네요. ^^ 올해 초에 "거대한 전환"(홍기빈 옮김)과 비그포르스를 사 놓고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훑어보기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틈 나는 대로 제대로 읽어봐야겠습니다. 1월 모임에서 "글로벌 슬럼프"와 관련하여 이모작님의 발표를 들었고, 여러 모로 생각을 깊이 해 보게 되었는데, 확실히 실체 경제(학)에 대한 감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틈틈이 프레시안에서 이어진 장하준-정승일-이종태와 김상조-정태인-이병천의 논쟁을 따라가려고 애쓰면서 다시 실체 경제(학)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달 모임이 벌써부터 기대가 많이 됩니다.
(프레시안 기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_print.asp?article_num=50120420140542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_print.asp?article_num=60120530110115 등)
그리고 혹시.... 이미 발제문까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마르크스21"에 실린 이정구, "칼 폴라니 사상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글을 첨부파일로 올려 놓습니다. 보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