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13 모임후기
2011.05.19 18:02
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 온생명공부모임에서
제가 겪은 애벌레 에피소드 중 하나를 애기했는데요…..
요즈음 우리 동네에서는
애벌레를 많이 볼 수 있어요.
애벌레가 움직이는 모습 참 귀엽습니다.
애벌레, 애+벌레
즉 벌레의 애기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애벌레가 나오지요
그런데 그 애벌레는 벌레의 애기 이미지가 아니라
번데기가 되기 전의
애벌레로서의 삶은 거의 끝나 가는
늙은 애벌레로 나온답니다.
나비를 기준으로 보느냐
애벌레를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애벌레의 젊음과 늙음도 달라지네요.
어떠한 시간의 자로 재어야 하는가?
온생명론과 가이아론도 사용하는 시간의 자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온생명론은 인간의 시간자를
가이아론은 지구의 시간자를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시간자도 인간마다 길이가 다 달라서
뭐라 하기 그렇지만 일단 한 100년 정도로 생각해볼까요? )
인간의 행동를 인간의 시간자를 사용하여 평가하는 것과
지구의 시간자로 평가하는 것이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임에 참석한 인원이 넷이었는데
저 포함 셋은 가이아론을 처음 접한 사람이어서
지구의 시간자를 사용한 접근이 오! 신선하다! 이런 입장이었구요.
자연님 1인은 가이아론을 온생명론과 관련해서
이미 다룬 바가 있어 다소 식상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구의 시간자를 사용한 접근이 통상
반인간적이라거나 과학기술에 지나치게 경도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것을
자연님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시간자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데 굳이
지구의 시간자를 사용한 접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구의 시간 앞에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까요? 다시 말해 인간의 창의력과 욕망을 무한히 허용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결국 정치적으로는 소수독재세력의 논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요?
저는 이 부분에 계속 생각 중이입니다. 결론은 없어요.
그저 지금은 지구를 죽이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라고
도리어 지구를 살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결국 인간의 시간자가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더라도
어떤 것이든 다 허용된다는 건 아니고
어떤 최선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
박인구님이 다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져야 할 최선에 대해”
발표하신다고 합니다.
(직접적으로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님
제가 해석하기로 그렇다는 것임 ^.^ )
밋밋한님의 주제는
온생명의 마음이 가능한가? 하는 것인데요…
자연님의 주제와 같긴 한데…..
접근방법은 아주 다릅니다.
주체와 자아라는 아이디어로 접근하는데요.
마음이란 주체가 주체 자신에 대한 앎을 달성(? )(이것이 자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온생명에 대해서도 주체라 부를 수 있는 양상과 그것이 자신에 대한 앎에 도달한다고 볼 수 있는 양상이 있는지를 논증해보겠다 ..고 하십니다.
(최선을 다해 이해한 내용입니다만…..)
자연님의 연구와 밋밋한님의 연구가
만나게 될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게 될지
과연 그들의 운명은? d^o^b
흥미진진~~~~~~~
이상 후기를 바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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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1.05.20 10:03
아, 이런... 제가 먼저 후기를 올리려 했는데 발표자가 후기를 먼저 올리셨네요.
그리고... 오해가 있는데, 저한테도 하나도 안 식상했습니다. 원래 공부가 업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아주 오래 전에 했던 얘기도 여전히 의미가 있고 여전히 새로 할 얘기가 있는 거잖아요. 제 자신은 석사과정 시작하던 오래 전부터 가이아 이론(가설)에 대해 토론도 하고 글도 쓰고 그랬지만, 그 뒤로도 여전히 이 주제가 생명력을 가지고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서,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가이아 이론에 대해 많이 공부하신 그러게요님이나 관심이 많은 시인처럼님이 참석했더라면 더 생산적인 토론이 되었겠다 하는 것입니다.
애벌레의 비유는 아주 적절하고 재밌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애벌레는 미처 생각을 해 보지 못했었거든요. 해피쏭님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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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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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1.05.23 14:16
인간의 시간자, 자연의 시간자...에 대한 happysong님의 생각에 저는 조금 이견이 있습니다.
가이아 이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온생명론도 '인간의 시간자'가 아닌 '자연의 시간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가이아 이론에서 주된 관심이 '지구'에만 국한되는 반면, 온생명론에서는 주된 관심이 '지구+태양'이라는 더 큰 범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물질적 측면에만 주목하는 가이아 이론과 달리 정신적/의식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온생명론이 주장한다는 점에서 보면, 온생명론은 가아이 이론보다도 더 외연이 큽니다.
오래된 글이지만, 여전히 의미가 있는 장회익 선생님의 글 한 편을 첨부합니다. 1991년에 <과학사상>이라는 계간지에서 '가이아 이론'에 대한 특집이 기획되었는데, 이 글은 그 특집 중 하나로 장회익 선생님께서 투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래 인용문을 보면 장회익 선생님께서도 가이아 이론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고 계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가이아 이론은 과학으로서의 의미 있는 내용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지구 생명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데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단순한 과학 언어에만 묶어두지 않고 경외와 교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신화의 형태로 엮어냄으로써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고 있으며, 또한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데에도 크게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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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1.05.23 14:20
다음 모임 5월 27일(금)에 제가 부득이 참석하지 못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모로 복잡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짜 맞추어봐도 이번 주 금요일에는 모임 참석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밋밋한 님의 하이데거 얘기가 정말 유익하고 흥미로운데, 안타깝게도 그 발표를 놓칠 것 같아 속상합니다. 원래 제가 공고를 해야 하는데, 제가 참석이 힘들어서 모양새가... ㅠㅠ 그래도 일단 공고를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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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쏭
2011.05.23 23:52
와 ! 댓글이다.
감사합니다.
오늘 영원한 봉인 (into eternity)을 보고 왔는데요...
핀란드는 10만년을 내다보고 핵폐기물무덤을
준비하고 있더라구요...
핵페기물에 있어서는
10만년이 인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계획대로 되든 안되든
10만년단위의 계획을 세우는
핀란드사람들
와 !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시간자, 지구의 시간자 .
글쓰다가 즉석에서 꾸며낸 것이긴 한데
뭐랄까 .....
인간에게 주된 배역을 맡기는 주의(?)와 인간을 꼭 중심에 두지는 않는 주의(?)
의 차이를 나름대로 표현해본 것입니다.
다음에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행성"을 읽을 예정이니까요..
좀 더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 이번에 못오신다니 아쉬운데요....
칼국수집네 가기로 한 날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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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硏 自然
2011.05.24 17:24
아, 그렇군요. 대학로에 있는 "박석고개"라는 만두집에서 모인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 못 가게 되어 너무너무너무 아쉽고 속상합니다. 유익한 시간 되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길어서 본글로 올렸습니다.